형사 · 교통사고/보험/후유장애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피해자를 대신해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까요?
핵심정리
자전거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성년후견인은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를 대리할 수 없고 가정법원 허가가 있어도 같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하여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이 있습니다.
하급심
- 수원지방법원 2021. 8. 11. 선고 2020노7245 판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 11. 26. 선고 2019고단2677 판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금고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쟁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반의사불벌죄). 이 사건에서는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하여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 의사표시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의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8. 11. 19. 자전거를 운행하던 중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하여 보행하던 피해자(남, 69세)를 들이받아 미만성 뇌손상 등의 중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 피해자는 사고로 의식불명이 되었고, 2019. 6. 14.경 담당의사로부터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라는 취지의 진단을 받았으며, 2020. 9. 21.경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였습니다.
- 2019. 6. 20. 수원가정법원 심판으로 피해자에 대한 성년후견이 개시되었고, 피해자의 법률상 배우자가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위 법원은 법정대리권의 범위에 「소송행위」를 포함시키고 그 대리권 행사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정하였습니다.
- 성년후견인은 피고인 측으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한 후 제1심 판결선고 전인 2020. 11. 10. 제1심법원에 「피해자는 4,000만 원을 지급받고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하였습니다.
- 제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피고인은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있으므로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하였습니다.
- 2018. 11. 19.자전거 사고 발생(공소사실)
- 2019. 6. 20.성년후견 개시, 배우자를 성년후견인으로 선임
- 2020. 11. 10.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 서면 제출
- 제1심유죄, 금고 8월, 집행유예 2년
- 원심항소기각
- 2023. 7. 17.대법원 상고기각
원심의 판단
원심은 형사소송법이 일정한 경우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때에는 법정대리인이 소송행위를 대리하고, 대리할 자가 없는 때에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의사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대리할 자가 없는 때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형사소송법이 개별적으로 법정대리인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해자를 위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면 소송행위의 법정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할 소송능력이 없고,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하여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으며, 성년후견심판 결정문상 법정대리권의 범위에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어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제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는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이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를 할 때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에 따르면,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범한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상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므로, 문언상 그 처벌 여부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달려 있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제3자가 피해자를 대신하여 처벌불원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문언에 반한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 형사소송법은 제236조에서 고소와 고소취소를 대리인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에 대하여는 대리 근거규정이나 제236조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고, 대법원은 이를 입법적 결단으로 이해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처벌불원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기한 것이어야 하고, 법정대리인의 의사표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부합한다는 담보가 없으므로 처벌불원의사는 일신전속적인 특성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 처벌불원의사에는 고소취소 및 재고소금지 규정이 준용되므로,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뒤 피해자가 의사능력을 회복하여 처벌을 다시 희망하더라도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 2023. 7. 1. 시행된 대법원 양형기준과 새로 시행된 형사공탁제도 등을 고려하면,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하여 합의한 경우에는 이를 양형인자로서 고려하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하여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처벌불원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고 보아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반대의견은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여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전원합의체 판결: 형사소송절차의 소송능력은 의사능력만 있으면 원칙적으로 인정되고, 법원이 피해자의 의사표시 능력과 그 진실성을 세밀하고 신중하게 조사·판단하여야 한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1. 6. 15. 선고 2001도1809 판결: 처벌불원 의사는 흠이 없는 진실한 것이어야 하고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도1689 판결: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에 공범자 간 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이것이 입법의 불비로 볼 것은 아니라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도11859 판결: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도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는지 심리하여야 한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이 차의 교통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를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로 정하여, 대법원이 문언 해석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 형법 제268조: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상죄 규정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이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에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 금지 규정만 준용하는 점을 대법원이 대리 불허의 근거 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36조: 고소와 고소취소의 대리를 허용하는 규정으로, 반의사불벌죄에는 이를 준용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유효한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있으면 공소기각 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규정으로, 피고인이 이를 근거로 공소기각을 주장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의사무능력 상태이면,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성년후견인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로 공소기각을 받을 수 없고, 법정대리권에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같습니다.
- 성년후견인과의 합의는 양형인자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원심도 피고인이 성년후견인과 형사합의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보험금 등 약 1억 5,000만 원 상당이 지급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은 피해자 본인의 진실한 의사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처벌불원의사가 있는 것으로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으므로, 처벌불원서를 받을 때에는 피해자 본인의 의사능력과 진실한 의사가 확인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공2023하,1598]
- 원심: 수원지방법원 2021. 8. 11. 선고 2020노7245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