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성범죄
항거곤란 정도를 요구하지 않도록 변경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
핵심정리
4촌 친족 간 추행 사건에서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고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나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면 된다고 판례를 변경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인정된죄명: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했습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종래 판례 법리를 변경하고, 그 법리에 따라 강제추행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의 유무죄와 형은 이송받은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됩니다.
하급심
- 고등군사법원 2018. 8. 10. 선고 2017노265 판결: 강제추행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을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형을 선고하였으며, 주위적 공소사실인 강제추행은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쟁점
군검사는 피고인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으로 기소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동안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필요하다고 보아 왔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형법 제298조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2항의 폭행 또는 협박을 그와 같이 제한 해석한 종래 판례 법리를 유지할지였습니다.
사실관계
- 피고인은 피해자(여, 15세)와 4촌 친족관계로, 2014. 8. 15. 19:23경 피고인의 주거지 방안에서 피해자의 학교 과제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기 것을 만져 줄 수 있느냐고 묻고, 피해자가 다시 말해 보라는 태도를 보이자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 피해자가 거부하며 일어나 집에 가겠다고 하자 피고인은 곧바로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았고, 피해자가 뒷걸음질치다 침대에 넘어지자 피해자 위로 같이 넘어졌습니다.
- 피고인은 피해자 위에 올라타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고 물었고, 피해자가 겁이 나서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자 상의 티셔츠 속으로 손을 넣어 왼쪽 가슴을 약 30초 동안 만졌습니다.
- 피고인은 팔을 풀어 달라고 하며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30초 이상 끌어안았습니다.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제1심 법정까지 무서워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고 소리치거나 반항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 2014. 8. 15.피고인의 주거지 방안에서 추행
- 제1심강제추행 유죄, 징역 3년
- 2018. 8. 10.원심, 위력에 의한 추행 유죄(벌금형)
- 2023. 9. 21.대법원 전원합의체, 원심판결 파기, 서울고등법원 이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을 요한다는 법리(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805 판결 등)에 따라,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와 체격 차이가 크지 않고 안방에 피고인의 모친이 있어 피해자가 장소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강제추행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대신 원심은 피고인이 '내 것 좀 만져달라', '한번만 안아 달라', '한번 만져봐도 되냐'라고 말한 것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에 해당하고, 손을 끌어당기고 끌어안고 가슴을 만진 행위는 추행행위라고 보아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한 '만져달라', '만져보자', '안아 봐도 되냐'는 등의 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하면서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거나 양 팔로 끌어안은 행위를 할 때 피해자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물리적인 힘의 행사 정도가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도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심과 같이 공소사실 그 자체로 폭행 또는 협박의 존재가 입증되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상당한 의심이 생긴다.
위 인용문의 「원심」은 제1심을 가리킵니다. 제1심은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친족관계를 염려하여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인정했으나, 원심은 이 점을 달리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종래 법리가 피해자의 항거곤란이라는 상태적 개념을 구성요건에 포함시켜 피해자가 실제로 어떠한 항거를 하였는지 살펴보게 하였고, 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805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종전 판결을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은 숙제를 도와주던 중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자신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 이를 거부하고 자리를 이탈하려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를 끌어안은 다음 침대로 넘어져 피해자의 위에 올라탄 후 가슴을 만졌습니다.
-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끌어안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군검사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였고,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했습니다. 대법관 이동원은 종래 법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으나, 종래 법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했습니다.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이 파기되어야 하고 그와 동일체 관계에 있는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대법원은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과 동등한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83. 6. 28. 선고 83도399 판결: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기습추행형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는 종래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805 판결: 폭행·협박 선행형에서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요구한 종래 법리의 근거로 들었고, 이 판결로 변경되었습니다.
-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5979 판결: 혼인 외 성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여 추행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판결로, 재판 실무가 변화해 온 예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4도5868 판결: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이라는 법리로, 위력과 폭행·협박이 개념적으로 구별된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를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해석 변경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2항: 친족관계인 사람의 강제추행을 가중처벌하는 조문으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적용되었습니다.
- 헌법 제10조: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위력에 의한 추행 조문으로, 대법원이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 강제추행죄를 구별하는 데 들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대법원은 종래 법리가 피해자가 실제로 어떠한 항거를 하였는지 살펴보게 한 점을 문제로 보았습니다. 이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태양, 경위와 정황, 당사자 관계, 상대방이 받는 고통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손을 잡아 끌어당긴 행위, 끌어안고 올라탄 행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끌어안은 행위를 하나하나 들어 판단했습니다. 행위의 구체적 태양과 경위가 판단 요소이므로 사건 당시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대법원은 위력에 의한 추행죄의 위력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 폭행·협박과 지위나 권세의 이용을 포함한다고 보아, 두 죄가 개념적으로 구별된다고 보았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인정된죄명: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 [공2023하,1942]
- 원심: 고등군사법원 2018. 8. 10. 선고 2017노265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