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문의 메일 문의 blog

화백리포트

형사 · 성범죄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고인의 추행 고의를 판단하는 기준과 검사의 증명책임

김진오 대표변호사 · 김호윤 변호사 · 박정철 변호사 · 유태선 변호사2026. 11. 1.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핵심정리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 피고인이 전동차에서 피해자 옆자리로 옮겨 앉아 팔이 맞닿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며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잘못이라고 보았고, 피고인의 유무죄는 환송 후 원심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됩니다.

하급심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9. 8. 선고 2022노1401 판결: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고정190 판결

쟁점

피고인은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 옆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상박 맨살에 자신의 상박 맨살을 비벼 추행했다는 공소사실로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로 기소되었고, 자폐성 장애로 인한 행동일 뿐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다투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할 때 법원이 고의를 어떤 방법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피고인이 장애에 관한 증거를 낸 경우 증명책임을 누가 지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사실관계

  • 검사는 피고인이 2021. 6. 24. 23:15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에서 피해자(여, 19세) 옆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왼팔 상박 맨살에 자신의 오른팔 상박 맨살을 비비고, 피해자가 옆 좌석으로 옮기자 다시 옆자리로 옮겨 같은 방법으로 추행했다고 기소했습니다.
  • 피해자는 피고인이 맞은편에서 자신의 옆자리로 옮겨 왔다고 진술했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목격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두 칸 옆자리에 앉아 있다가 두 사람 사이의 학생이 내리자 바로 옆자리로 옮겼다고 진술했고, 사진을 2회 찍어 피해자에게 건넸습니다.
  • 피고인은 자리 이동이나 팔 접촉을 기억하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빈자리를 채워 앉도록 교육받아 자리를 옮겼을 뿐이라고 수사기관 이래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 피고인은 약 10년 동안 같은 정신과 의원에서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소견서·사실확인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은 2세 때 자폐성 장애로 진단받았고, 지적능력은 IQ 45, 사회적응능력은 8세 6개월 수준이었습니다.
  • 검사는 공소사실에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적었으나, 피고인의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에 관한 증거는 전혀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 피고인은 당시 약 15년 동안 수영선수로, 약 8년 동안 수영강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피해자목격자검사옆자리에 앉아 상박이 맞닿음사진 2회 찍어 건넴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기소
그림. 사건 관계(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1. 2021. 6. 24. 2315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 안에서 사건 발생
  2. 제1심서울동부지방법원 2022고정190
  3. 2023. 9. 8.원심,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
  4. 2024. 1. 4.대법원, 원심판결 파기,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
그림. 사건 경과(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 측이 낸 소견서 등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했습니다. 여기에 2016년 심리평가결과와 수사과정에서의 일부 답변에 비추어 피고인이 자기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은 아닌 점, 피고인이 피해자 맞은편에 있다가 옆으로 옮겨 앉은 뒤 행위를 한 점 등을 더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장애가 있는 피고인의 추행 고의를 판단하는 방법과 검사의 증명책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자신의 주장 사실에 관하여 증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목격자 진술에 따른 피고인의 자리 이동방식은 피고인의 일관된 주장은 물론 자폐성 장애의 특성이나 증상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빈자리 채워 앉기에 대한 강박행동」일 가능성을 배제한 채 추행의 고의를 추단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팔이 움직인 것은 피고인도 의식하지 못한 「상동행동」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상동행동은 사람마다 형태·양상·정도가 매우 다양하다고 보았습니다.
  • 검사가 피고인의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에 관한 증거를 전혀 내지 않았는데도 피고인이 낸 증거를 「부족증거」로만 취급하여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함에 별다른 장애가 없지만 고의로 추행했다는 주관적 의견이나 평가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어, 피해자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하다고까지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이 증거동의한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은 인정되지만, 그 일부 내용만으로 피고인의 지적상태 등을 추단하여 유죄의 증거로 쓸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행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피고인의 유무죄는 환송 후 원심이 다시 심리·판단합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에서 「추행」의 의미에 관한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무죄추정의 원칙이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이라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검사가 확신에 이를 정도로 증명하지 못하면 피고인의 변명이 석연치 않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성인지적 관점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처벌 조항이고, 대법원은 이 죄에 추행을 한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 헌법 제27조 제4항: 피고인이 유죄 판결 확정 전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근거로,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다는 판단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무죄추정을 정한 조항으로 헌법 제27조 제4항과 함께 들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07조: 범죄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피고인 제출 증거를 부족증거로 본 원심 판단을 잘못이라고 본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08조: 원심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장애로 인한 행동이라며 추행의 고의를 다툴 때, 이 사건에서는 약 10년 동안 같은 정신과 의원에서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소견서 등이 객관적 자료로 평가되었습니다.
  • 피고인이 장애에 관한 증거를 내며 고의를 부인하면 고의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고, 대법원은 검사가 반박 증거를 내지 않은 사정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한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동의를 했더라도, 대법원은 그 조서 일부만으로 피고인의 지적능력·판단능력을 추단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공2024상,430]
  • 원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9. 8. 선고 2022노1401 판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목록으로

개인정보처리방침
{{TE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