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성범죄
잠든 줄 알았던 피해자가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면 준강간미수로 처벌할 수 없을까요?
핵심정리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라고 인식하고 간음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그 상태가 아니었던 사안에서, 대법원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원심이 공소장변경 없이도 이를 직권으로 인정했어야 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준강간미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원심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공소장변경 없이 심판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최종 판단은 환송 후 원심에서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남겨졌습니다.
하급심
- 광주고등법원 2021. 6. 23. 선고 (제주)2020노114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 제주지방법원 2020고합89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쟁점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간음하려 했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이 경우 준강간죄의 불능미수(형법 제27조)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하는지(형사소송법 제298조)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검사는 피고인이 2019. 9. 14. 04:00경부터 05:00경 사이에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피해자(여, 22세) 소유 승용차 안에서 술에 취하여 잠이 든 피해자를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준강간미수로 기소했습니다.
-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이름을 서너 번 불러 잠이 든 사실을 확인한 후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고, 피해자를 뒷좌석으로 옮긴 다음 편의점에서 콘돔을 구입하여 와 간음하려 했습니다.
-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의 움직임과 동영상 촬영음을 듣고 정신을 차린 피해자가 거부하며 항의하여 피고인은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원심은 피해자가 상당히 취한 상태에서 「차에 가서 잠을 자야겠다.」고 말하며 승용차에 탑승했고, 피고인이 이름을 부르고 벌린 입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보았을 때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준강간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 피고인은 공판 과정에서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다투었습니다.
- 검사는 항소하면서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성립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했고, 피고인의 변호인은 준강간의 고의가 없어 불능미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 2019. 9. 14. 0400경부터 05:00경: 승용차 안에서 간음 시도, 미수
- 제1심공소사실 무죄
- 2021. 6. 23.원심, 제1심판결 유지
- 2024. 4. 12.대법원 파기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공소사실과 같이 준강간죄의 장애미수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피고인의 행위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의율할 수는 있다고 보이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불능미수 범행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제1심과 원심은 모두 무죄라는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성립과 법원의 직권심판의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원심이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범죄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였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은 준강간의 고의로 실행에 착수했는데 피해자가 실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아 결과 발생은 처음부터 불가능했고, 다만 결과 발생의 위험성은 있었다고 인정되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공소사실과 불능미수 범죄사실은 범행일시, 장소, 피고인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간음하려 하였다는 기본적 사실에 차이가 없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합니다.
- 공판 과정에서 고의와 피해자의 실제 상태에 관해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졌고, 검사의 항소이유서와 변호인의 답변서로 불능미수 성립 여부에 관한 공방도 있었으므로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준강간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불능미수범은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을 뿐이며, 이 사건의 준강간죄 불능미수 범행과 공소사실인 장애미수 범행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원인이 실행의 착수 이전부터 있었는지 이후에 생겼는지만 다른데, 이는 피고인이 행위 당시 인식하지 못한 우연한 사정이어서 본질적 차이로 보기 어렵습니다.
-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기판력이 발생하여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다시 기소할 수도 없습니다.
원심도 피고인의 행위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의율할 수는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직권 인정을 하지 않은 판단에 공소장변경 없이 심판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더라도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에 비추어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었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1999. 11. 9. 선고 99도3674 판결: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으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268 판결: 처벌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도9041 판결: 위 2005도9268 판결과 함께 법원의 직권심판의무에 관한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27조: 결과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으나 위험성이 있었던 피고인의 행위를 불능미수로 평가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법 제299조: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을 처벌하는 준강간죄로, 공소사실과 불능미수 범죄사실 모두의 전제가 되었습니다.
- 형법 제300조: 준강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공소사실인 준강간죄의 장애미수와 대법원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본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모두 준강간죄의 미수에 관한 것이어서 참조조문으로 들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54조: 공소장에 기재된 준강간죄의 장애미수 공소사실이 심판 대상과 동일성 판단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98조: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가 문제 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행위자가 그 상태라고 인식하고 간음하려 했고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었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공소사실이 장애미수로 기재되어 있더라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방어권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면 법원은 공소장변경 없이 불능미수를 직권으로 인정할 수 있고, 사안이 가볍지 않아 처벌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인정하여야 합니다.
-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항소이유서와 답변서로 불능미수 성립 여부에 관한 공방이 오간 점도 방어권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는 사정으로 들었으므로, 심리 과정에서 어떤 쟁점이 다투어졌는지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 [준강간미수] [공2024상,803]
- 원심: 광주고등법원 2021. 6. 23. 선고 (제주)2020노114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