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의료사고
마취 중 수술실을 비운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 증명
핵심정리
마취 후 수술실을 비우고 간호사 호출에도 신속히 가지 않은 의사에 대해,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수긍하면서도 그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833 판결(업무상과실치사·의료법위반)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의 업무상과실치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으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으나, 그 업무상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의료법 위반 부분은 상고기각으로 유죄가 확정되었고,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의 유무죄는 환송받은 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되었습니다.
하급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19노369 판결: 검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업무상과실치사 공소사실 중 피해자에 대한 감시 및 처치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금고형을 선고하고, 의료법 위반 부분에는 벌금형을 선고했으며, 그 밖의 검사 항소와 피고인 항소는 기각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단2417 판결: 의료법 위반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고, 업무상과실치사 공소사실은 전부 무죄로, 나머지 의료법 위반 공소사실은 이유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쟁점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환자에게 마취시술을 한 뒤 간호사에게 감시를 맡기고 수술실을 이탈했고, 그 뒤 환자에게 저혈압이 반복되어 간호사가 의사를 수회 호출했으며, 수술실에 복귀한 의사가 마취해독제 투여,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했으나 환자가 심정지 등으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그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를 검사가 어느 정도까지 증명해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죄와 형법 제17조의 인과관계,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의 증명에 관한 법리가 다루어졌습니다.
사실관계
-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인 피고인은 수술실에서 환자인 피해자(73세)에게 마취시술을 시행했습니다.
- 피고인은 마취간호사도 아니고 마취간호 업무를 시작한 지 2~3개월밖에 안 된 간호사에게 환자의 감시 업무를 맡긴 채 다른 수술실로 옮겨 다니며 다른 환자들에게 마취시술을 했습니다.
- 피해자는 2015. 12. 30. 10:25경 혈압이 약 70/42㎜Hg로 저하되어 에페드린 10㎎을 투여받았고, 10:45경 약 75/55㎜Hg, 11:00경 약 80/55㎜Hg로 다시 저하되어 에페드린을 거듭 투여받았습니다.
- 간호사는 활력징후 감시장치 경보음을 듣고 피고인을 수회 호출했으나, 피고인은 신속히 수술실로 가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등 했습니다.
- 11:15경 피해자의 혈압이 측정되지 않으면서 심박수, 동맥혈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저하되었고, 수술실에 복귀한 피고인이 마취해독제 투여,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했으나 피해자는 사망했습니다.
- 피해자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졌으나 사인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 2015. 12. 30. 1025경: 혈압 약 70/42㎜Hg, 에페드린 투여
- 2015. 12. 30. 1115경: 혈압 측정 안 됨, 이후 사망
- 제1심업무상과실치사 전부 무죄
- 원심업무상과실치사 일부 유죄
- 대법원업무상과실치사 부분 파기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경험이 짧은 간호사에게 감시를 맡긴 채 다른 수술실로 옮겨 다니며 마취시술을 하고, 호출을 받고도 신속히 수술실로 가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등 마취유지 중 환자감시 및 신속한 대응 업무를 소홀히 한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원심은 이 업무상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제1심은 업무상과실치사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으나, 원심은 피해자에 대한 감시 및 처치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 부분을 유죄로 보아 결론을 달리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의사의 업무상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검사는 공소사실에 기재한 업무상과실과 상해·사망 등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의사의 업무상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인과관계 증명에 있어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하므로 그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해자는 반복적인 혈압상승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계속적으로 혈압 저하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했고, 부검으로도 사인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관찰하거나 호출을 받고 신속히 대응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더 할 수 있었는지, 그 조치로 피해자가 심정지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관찰하고 있다가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했더라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도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마취유지 중 환자감시 및 신속한 대응 업무를 소홀히 한 업무상과실이 있다는 원심 판단은 수긍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그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본 것은 의사의 업무상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의료법 위반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업무상과실치사 유죄 부분과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업무상과실치사 이유무죄 부분을 함께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벌금형이 선고된 의료법 위반 부분은 금고형이 선고된 업무상과실치사 부분과 소송상 별개로 분리 취급되어야 한다고 보아 파기 범위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163 판결: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려면 업무상과실뿐 아니라 그로 인한 결과 발생도 엄격한 증거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102 판결: 형사재판의 인과관계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921 판결: 벌금형이 선고된 부분을 금고형이 선고된 부분과 소송상 별개로 분리 취급하여 파기 범위를 정하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268조: 피고인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근거 조문입니다.
- 형법 제17조: 피고인의 업무상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조문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307조: 검사가 인과관계를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08조: 법원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평가하여 인과관계 증명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의료사고 형사사건에서 의사의 업무상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지는 않습니다. 검사는 그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따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 대법원은 형사재판의 인과관계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형사 판단과 손해배상 청구는 각각의 기준에 따라 따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마취 중 환자감시를 마취간호 경험이 짧은 간호사에게 맡기고 호출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은 행위는 업무상과실로 인정되었고, 같은 사건의 의료법 위반 유죄도 확정되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833 판결 [업무상과실치사·의료법위반] [공2023하,1764]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19노369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