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수사/형사절차
모발감정결과와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만으로 필로폰 투약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핵심정리
모발감정에서 필로폰이 검출되고 피고인이 사용하던 차량의 주사기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사정만으로 공소사실 기재 기간의 투약을 유죄로 본 원심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증거재판주의·자유심증주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하고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8024 판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는 원심 판단은 수긍했으나, 필로폰 투약을 유죄로 본 원심 판단에는 증거재판주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필로폰 투약 부분의 유무죄는 대법원이 정하지 않았고, 환송 후 원심이 다시 심리·판단합니다.
하급심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5. 26. 선고 2022노1130 판결: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장변경된 필로폰 투약 부분까지 유죄로 보아 피고인에게 징역 1년 2월 등을 선고했습니다.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7. 6. 선고 2022고단906 판결: 피고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습니다.
쟁점
피고인은 도주치상, 무면허운전 등과 함께 필로폰 투약으로 기소되었고, 투약 일시는 원심에서 공소장변경으로 「2021. 7. 4.경부터 2021. 8. 5.경까지 사이」로 바뀌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과정부터 원심법정까지 투약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모발감정결과와 피고인이 사용하던 차량에서 압수된 주사기를 근거로 공소사실에 적힌 기간의 투약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의 원칙에 비추어 이 문제를 판단했습니다.
사실관계
- 서울관악경찰서는 별건 필로폰 투약 혐의로 2021. 7. 3. 피고인의 차량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소변과 모발을 압수했으나, 별건 혐의에 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그 혐의로 공소가 제기되지도 않았습니다. 이때 소변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고, 길이 4~7㎝가량의 모발에서는 검출되었으나 구간별 또는 절단모발 감정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 서울도봉경찰서는 2021. 8. 5. 도주치상 등 수사를 위해 같은 차량을 압수·수색했고, 트렁크에서 소형주사기 9개, 알루미늄 호일, 고무호스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 2개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으나, 피고인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고 다수인의 DNA가 혼합 검출되었습니다.
- 2021. 8. 24. 압수한 소변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고, 길이 6~9㎝가량의 모발을 모근부위부터 약 3㎝ 단위로 나눈 3개 구간에서는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었습니다.
-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양쪽 팔을 여러 차례 근접 촬영했으나 주사 자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차량은 피고인이 소속된 법인 명의였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고인의 여자 친구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용 소지품이 다수 발견되었으며, 두 사람이 함께 탑승한 CCTV도 확인되었습니다.
- 2021. 7. 3.서울관악경찰서가 소변·모발 압수, 모발(4~7㎝)에서 필로폰 검출
- 2021. 8. 5.서울도봉경찰서가 차량 수색, 트렁크에서 소형주사기 9개 발견
- 2021. 8. 24.소변·모발 압수, 모발 3개 구간 모두에서 필로폰 검출
- 제1심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
- 원심공소장변경 후 필로폰 투약 유죄, 징역 1년 2월 등
- 대법원원심판결 파기,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의 공소장변경 신청을 허가해 투약 일시를 「2021. 7. 4.경부터 2021. 8. 5.경까지」로 바꾼 뒤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모발이 평균적으로 한 달에 1㎝ 정도 자란다고 알려져 있어 모발에서 검출된 성분이 별건 시기의 투약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투약을 인정했습니다.
2021. 8. 24. 압수된 피고인 모발 중 ‘모근부위에서 길이 약 3㎝까지의 절단모발’에서 ‘메트암페타민 등’ 성분이 검출된 점, 피고인은 별건인 ‘2020. 1.경, 4.경 및 6.경 필로폰 각 투약’의 피의사실에 대하여 기소되지 않았고, 당시 함께 수사받던 ‘2021. 7. 2. 자 및 7. 3. 자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의 피의사실만 이 사건으로 기소된 점, 피고인은 늦어도 2021. 7. 2. 경부터 2021. 8. 1. 경까지는 위 차량을 운행하였는바, 위 기간 내에 소형주사기 9개가 위 차량의 트렁크에 보관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변경된 공소사실의 일시에 일회용 주사기를 이용한 투약의 방식으로 필로폰을 투약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원심은 필로폰 투약 부분에 관한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항소가 이유 있다고 보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2월 등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모발감정결과로 마약류 투약 시기를 인정하는 문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모발감정결과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의 추정은 수십 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마약류 투약범죄의 특성상 그 기간 동안 여러 번의 투약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방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공소 제기된 범죄의 범행시기로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매 투약 시마다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마약류 투약범죄의 성격상 이중기소 여부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7도44 판결 참조).
서울도봉경찰서의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도 그 이전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길이 6~9㎝가량의 모발의 모근부위부터 3㎝ 단위로 절단한 3개 구간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인 ‘2021. 7. 4.경부터 2021. 8. 5.경까지 필로폰 투약의 점’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 등을 들어 필로폰 투약을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2021. 7. 3. 압수한 모발은 구간별 또는 절단모발로 감정하지 않아, 투약시점은 물론 모근부위부터 어느 범위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는지 알 수 있는 증거가 없습니다.
- 그 모발에서 모근부위부터 최대 7㎝까지 필로폰이 검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투약하지 않았더라도 약 1개월 21일 뒤인 2021. 8. 24.에는 모근부위 1㎝ 지점부터 최대 9㎝ 지점까지 검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두 번째 감정 결과가 첫 번째 감정 결과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에 불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2021. 8. 24. 압수한 소변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고, 주사기에서 피고인의 사용을 추단케 할 DNA 등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팔에서 주사 자국도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은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 여자 친구가 차량에 탑승하거나 사용한 객관적 증거가 있고 주사기에서 다수인의 DNA가 혼합 검출되어, 피고인 외의 다수인이 차량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와 거기서 검출된 필로폰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이라고 선뜻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상고이유 제1점은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다만 필로폰 투약을 유죄로 본 원심 판단에는 증거재판주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필로폰 투약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7도44 판결: 대법원은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이 판결을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사소송법 제307조: 대법원이 원심의 필로폰 투약 유죄 판단에 위반이 있다고 본 증거재판주의 원칙의 근거 조문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308조: 대법원이 원심 판단에 위반이 있다고 본 자유심증주의 원칙의 근거 조문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상고이유 제1점에서 문제 된 조문으로, 대법원은 이 부분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1호, 제60조 제1항 제2호: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용된 조문입니다.
실무상 의미
-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모발감정결과가 채취 이전의 투약 가능성은 뒷받침한다고 보면서도, 앞선 감정이 구간별로 이루어지지 않아 두 감정 결과가 겹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공소사실 기재 기간의 투약에 대한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앞서 이루어진 모발감정이 있다면 그 감정의 방법과 범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피고인 이외의 다수인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차량에서 나온 주사기는, 피고인의 사용을 추단케 할 DNA 등이 검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선뜻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입니다. 차량 명의, 동승자의 소지품, CCTV처럼 공동 사용을 보여 주는 사정이 판단에 반영되었습니다.
- 파기환송 판결이므로 필로폰 투약 부분의 유무죄는 환송 후 원심에서 다시 판단됩니다. 도주치상 등 나머지 부분도 하나의 형으로 선고되었던 탓에 함께 파기되었을 뿐, 대법원이 그 부분의 유죄 판단을 잘못이라고 본 것은 아닙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8024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공2023하,1784]
- 원심: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5. 26. 선고 2022노1130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