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수사/형사절차
압수물이 대량이어서 품명·수량을 사후에 확정하기로 한 경우 상세 압수목록의 교부 시기
핵심정리
수사기관이 대량 압수한 화장품의 품명·수량 확인을 마친 뒤에도 추가 조사를 이유로 상세 압수목록 교부를 50여 일 미룬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를 위법하다고 보고 준항고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1. 5. 선고 2021모385 결정(압수처분에대한준항고기각결정에대한재항고)
대법원은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준항고를 기각한 원심결정에 형사소송법 제219조 및 제129조의 압수목록 작성·교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압수처분의 취소 여부는 환송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됩니다.
하급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6. 자 2020보10 결정: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기각했습니다.
쟁점
수사기관은 압수를 하면 압수물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적은 압수목록을 작성해 피압수자 등에게 교부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9조). 이 사건에서는 압수영장에 품명·규격·수량을 사후에 확정한다는 문구가 있는 경우 수사기관이 언제까지 상세 압수목록을 교부해야 하는지, 압수물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 교부를 미룰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세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이하 수사기관)은 2020. 6. 26. 제1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던 중 화장품을 소유한 회사인 준항고인으로부터 화장품 219상자를 임의제출 받았고, 2020. 7. 8. 제2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이를 재차 압수했습니다(제1차 압수처분).
- 수사기관은 2020. 7. 3. 제2차 압수·수색영장으로 준항고인 소유의 화장품 9,523상자를 압수했습니다(제2차 압수처분). 이 영장에는 「압수대상이 되는 화장품의 수량이 과다하여 압수·수색현장에서 범칙물품의 품명, 규격, 수량의 파악이 어려운 경우 압수물의 포장 단위로 일단 압수하고 해당 품명, 규격, 수량을 사후에 확정」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 수사기관은 2020. 7. 4.과 2020. 7. 8. 준항고인의 대표자에게 압수목록을 교부했는데, 물건명 화장품(박스)과 수량 9,523, 219 등 외에는 압수물을 특정할 내용이 없었고 상세품명, 규격, 수량은 사후 확정한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 수사기관은 2020. 7. 9.부터 2020. 7. 17.까지 8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여 압수물의 품명·수량·Lot번호·제조번호 등을 모두 확인해 파일로 작성했고, 그 무렵부터 이 파일을 화장품 제조회사들에 보내 2020. 8. 26.경까지 면세점 납품 여부 등을 조사했습니다.
- 준항고인은 2020. 8. 13. 상세 압수목록 미교부 등을 이유로 압수물 환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수사기관은 2020. 8. 24.경 거부했고, 준항고인이 2020. 9. 2. 환부 청구를 하자 수사기관은 2020. 9. 7. 상세 압수목록을 교부했습니다.
- 수사기관은 2020. 9. 11. 압수된 화장품 총 239,249개 중 154,800개를 환부했습니다. 상세 압수목록에는 물건명·수량·Lot번호 및 세트명만 기재되었고 제조사, 면세품 여부는 기재되지 않았으며, 압수방법·시기별 구분도 없었습니다.
- 2020. 7. 3.제2차 영장으로 화장품 9,523상자 압수
- 2020. 7. 4.포장 단위만 적은 압수목록 교부
- 2020. 7. 17.압수물 품명·수량·Lot번호 등 확인 완료
- 2020. 9. 7.상세 압수목록 교부
- 원심준항고 기각
- 대법원원심결정 파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상세 압수목록의 교부가 다소 지연되었으나 제2차 압수·수색영장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압수물의 수량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보았습니다. 또 제2차 압수처분 당시 준항고인과 변호인이 포장 단위 특정과 압수목록 교부에 적극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2020. 7. 17.까지 개별 품명과 수량을 확인한 뒤 제조사 조사로 면세품 여부를 확인하여 상세 압수목록을 작성하기까지 상당 시간의 소요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원심은 이를 근거로 준항고인의 재산권 등이 부당하게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준항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압수목록은 원칙적으로 「압수 직후 현장에서 바로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하면서, 그 시기의 예외와 추가 수사와의 관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다만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의 기재는 그 집행의 적법성 판단의 우선적인 기준이 되어야 하므로, 예외적으로 압수물의 수량·종류·특성 기타의 사정상 압수 직후 현장에서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가 영장에 명시되어 있고, 이와 같은 특수한 사정이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압수영장을 집행한 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고서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할 수도 있으나, 압수목록 작성·교부 시기의 예외에 관한 영장의 기재는 피의자·피압수자 등의 압수 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절차 또는 불복절차가 형해화되지 않도록 그 취지에 맞게 엄격히 해석되어야 하고, 나아가 예외적 적용의 전제가 되는 특수한 사정의 존재 여부는 수사기관이 이를 증명하여야 하며, 그 기간 역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또한 영장에 의한 압수 및 그 대상물에 대한 확인조치가 끝나면 그것으로 압수절차는 종료되고, 압수물과 혐의사실과의 관련성 여부에 관한 평가 및 그에 필요한 추가 수사는 압수절차 종료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압수 직후 이루어져야 하는 압수목록 작성·교부의무를 해태·거부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도 영장에 의한 압수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이 객관적·구체적인 압수목록을 신속하게 작성·교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판단했습니다.
- 압수 직후 포장 단위만 특정한 압수목록을 교부한 조치는 영장의 기재와 실제 압수된 화장품의 수량이 과다한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 다만 영장의 사후 확정 문구는 늦어도 품명·규격·수량을 확정한 시점에는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해야 한다는 취지이고, 추가 조사·수사에 필요한 기간 동안 상세 압수목록 교부의무를 면제하거나 연장하는 취지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수사기관은 늦어도 2020. 7. 17. 무렵 압수물의 품명·수량·Lot번호·제조번호 등을 모두 확인했으므로, 그때 압수방법·시기별로 구분한 상세 압수목록을 교부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수사기관은 그로부터 50여 일이 지난 2020. 9. 7.에야 상세 압수목록을 교부했고, 그 목록도 압수방법·시기별 구분이 없어 개별 압수물이 어느 처분으로 언제 압수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 그 결과 준항고인은 약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약 24만 개의 압수물에 대한 환부 청구 등 권리구제절차가 사실상 불가능하였거나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었고,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219조·제129조 위반의 정도가 무거워 제1·2차 압수처분이 모두 취소됨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든 영장 취지, 압수물 수량, 이의 미제기, 제조사 조사에 필요한 시간 등의 이유로 준항고를 기각한 것은 압수목록 작성·교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나머지 재항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결정을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압수조서의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해야 하고, 압수목록은 압수 직후 현장에서 바로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도 수사 목적이나 압수의 효력은 영장에 의한 압수와 동일하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사소송법 제129조: 압수한 경우 압수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소지자·보관자 등에게 교부하도록 한 조문으로, 상세 압수목록 교부 지연의 위법을 판단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19조: 수사기관의 압수에 제129조를 준용하는 근거 조문으로, 세관 특별사법경찰관에게 압수목록 교부의무를 지운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18조: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 조문으로, 임의제출 압수에도 신속한 압수목록 작성·교부의무가 있다고 본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 압수조서에 기재할 사항과 관련된 조문으로, 압수목록도 압수물의 특징을 객관적 사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고 본 근거가 되었습니다.
- 구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44조: 사법경찰관리의 압수목록 교부에 관한 규정으로, 압수목록 교부의무의 근거로 함께 들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압수영장에 품명·수량을 사후에 확정한다는 문구가 있더라도,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품명·수량 등을 확정한 때에는 그 즉시 상세 압수목록을 교부해야 하는 취지로 해석했습니다. 압수물이 많은 사건의 피압수자는 상세 압수목록의 교부 시기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대법원은 압수물과 혐의사실의 관련성 평가나 그에 필요한 추가 수사는 압수절차 종료 이후의 사정이므로 이를 이유로 압수목록 작성·교부의무를 해태·거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압수목록은 압수방법·장소·대상자별로 구분하여 품명·수량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고, 임의제출로 압수된 물건에도 같은 의무가 적용됩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1. 5. 선고 2021모385 결정 [압수처분에대한준항고기각결정에대한재항고] [공2024상,441]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6. 자 2020보10 결정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