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수사/형사절차
마약 범행 연락에 일시적으로 쓴 휴대전화의 몰수와 비례의 원칙
핵심정리
마약 범행 연락에 일시적으로 쓴 휴대전화의 몰수를 유지한 원심에 대하여, 대법원은 범죄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비례의 원칙상 몰수가 제한될 여지가 많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1도5723 판결(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휴대전화가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아 몰수를 명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 판단에 비례의 원칙을 비롯한 몰수의 실질적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휴대전화를 몰수할지에 관한 최종 결론은 환송 후 수원지방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되었습니다.
하급심
- 수원지방법원 2021. 4. 23. 선고 2021노393 판결: 이 사건 휴대전화의 몰수를 명한 제1심판결을 유지했습니다.
- 수원지방법원안산지원 2020고단3248 판결: 이 사건 휴대전화의 몰수를 명했습니다.
쟁점
피고인이 대마와 필로폰 범행과 관련하여 상대방과 연락하는 데 몇 차례 쓴 휴대전화를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으로 보아 몰수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몰수는 법원의 재량에 맡겨진 임의적인 것이지만, 그 재량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 어떻게 제한되는지가 함께 쟁점이 되었습니다. 관련 조문은 구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입니다.
사실관계
- 이 사건 휴대전화는 피고인이 2019. 2.경 할머니 명의로 개통한 것입니다. 피고인은 종전 형 집행 과정에서 신용불량자가 되어 2018. 9.경 형기만료 후 자기 명의로는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었다고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 휴대전화가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쓰인 정황은 대마 수수·흡연 범행과 관련하여 2020. 3. 23.경 공소외인과 문자메시지를 몇 차례 주고받은 것과 필로폰 수수·투약 범행과 관련하여 2020. 6. 12.경 공소외인과 1회 통화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 피고인은 2020. 8. 5. 체포되었고, 휴대전화는 범행일시 특정을 위해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압수된 것으로 보입니다.
- 피고인은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했고, 제1심은 같은 이유로 휴대전화에 대하여 가환부 결정을 했습니다.
- 피고인의 아내와 딸은 중국에 거주하며, 피고인은 이 휴대전화로 중국 메신저(위챗)를 통해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2019. 2.경할머니 명의로 휴대전화 개통
- 2020. 3. 23.경공소외인과 문자메시지(대마 관련)
- 2020. 6. 12.경공소외인과 1회 통화(필로폰 관련)
- 2020. 8. 5.피고인 체포
- 제1심·원심제1심 휴대전화 몰수, 원심 제1심판결 유지
- 대법원원심판결 파기, 수원지방법원에 환송
원심의 판단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휴대전화가 구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의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아 몰수를 명한 제1심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원심이 든 구체적인 이유는 대법원 판결에 「판시와 같은 이유로」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제1심과 원심은 휴대전화를 몰수한다는 결론이 같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의 의미와 임의적 몰수의 한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구 형법(2020. 12. 8. 법률 제175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 제1항 제1호의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은 범죄의 실행행위 자체에 사용한 물건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행위 착수 전 또는 실행행위 종료 후 행위에 사용한 물건 중 범죄행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물건까지도 포함한다.
한편 위 조항에 따른 몰수는 임의적인 것이어서 그 요건에 해당되더라도 실제로 이를 몰수할 것인지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형벌 일반에 적용되는 비례의 원칙에 따른 제한을 받는데, 몰수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몰수 대상 물건이 범죄 실행에 사용된 정도와 범위 및 범행에서의 중요성, 물건의 소유자가 범죄 실행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책임의 정도, 범죄 실행으로 인한 법익 침해의 정도, 범죄 실행의 동기, 범죄로 얻은 수익, 물건 중 범죄 실행과 관련된 부분의 별도 분리 가능성, 물건의 실질적 가치와 범죄와의 상관성 및 균형성, 물건이 행위자에게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여부, 몰수되지 아니할 경우 행위자가 그 물건을 이용하여 다시 동종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 유무 및 그 정도 등 제반 사정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 등을 들었습니다.
- 휴대전화가 쓰인 정황은 2020. 3. 23.경 문자메시지 몇 차례와 2020. 6. 12.경 1회 통화가 전부여서, 마약 등의 수수 및 흡연(투약)을 본질로 하는 범죄의 실행행위 자체 또는 범행의 직접적 도구로 사용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은 체포되기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휴대전화를 일상적인 생활도구로 쓰던 중 연락 수단으로 일시적으로 이용한 것일 뿐, 범행·신분 등을 은폐하려는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 명의로 개통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범죄와의 상관성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하여 압수를 계속할 필요성이 보이지 않고 제1심도 가환부 결정을 하는 등, 피고인의 점유 내지 소유권을 박탈할 필요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휴대전화는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과 연락하는 수단이자 지인의 연락처·금융거래 및 각종 계정 등 다수의 개인정보와 전자정보가 저장된 장치로서, 피고인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등에 필수불가결한 물건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위 사정 등을 종합하여, 휴대전화가 최초 압수 당시에는 몰수 요건에 형식적으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더라도 그 후 수사 및 재판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범죄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사적 정보저장매체로서 휴대전화가 갖는 인격적 가치·기능이 범죄와의 상관성·관련성을 현저히 초과한다고 볼 수 있어, 비례의 원칙상 몰수가 제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휴대전화 몰수를 명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 판단에 「비례의 원칙을 비롯한 몰수의 실질적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이 휴대전화를 몰수하지 않는다는 결론까지 정한 것은 아닙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6도4075 판결: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에 실행행위 착수 전 또는 종료 후 행위에 사용한 물건 중 범죄행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물건까지 포함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도8174 판결: 임의적 몰수도 비례의 원칙에 따른 제한을 받고,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정에 관한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2도11586 판결: 위 2005도8174 판결과 함께 몰수의 비례의 원칙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7. 10. 23. 선고 2017도5905 판결: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기록도 몰수할 수 있고, 촬영 행위 자체가 범죄인 경우 휴대전화를 몰수하지 않고 동영상만 몰수할 수도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구 형법(2020. 12. 8. 법률 제175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 제1항 제1호: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제1심과 원심이 이 사건 휴대전화를 몰수한 근거가 되었고 대법원이 그 요건과 한계를 판단한 조항입니다.
실무상 의미
- 범행 연락에 쓰인 휴대전화라도 범행에 사용된 정도와 범위, 일상적 사용 여부, 저장된 개인정보의 비중 등 사정에 따라 비례의 원칙상 몰수가 제한될 여지가 있습니다. 몰수가 문제 되면 개통 경위, 사용 기간과 내역, 생활상 필요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소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 대법원은 몰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최초 압수 당시의 사정만으로 보지 않고, 수사 및 재판의 진행 경과에서 드러난 사실관계까지 고려했습니다. 자백, 가환부 결정 등 이후 사정도 몰수 판단에서 다툴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 대법원은 휴대전화 촬영 행위 자체가 범죄인 경우 휴대전화를 몰수하지 않고 동영상만 몰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법리도 함께 인용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1도5723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공2024상,394]
- 원심: 수원지방법원 2021. 4. 23. 선고 2021노393 판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