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문의 메일 문의 blog

화백리포트

형사 · 수사/형사절차

증거를 숨겨 달라며 남에게 맡긴 하드디스크가 임의제출되면, 맡긴 사람도 압수 절차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김진오 대표변호사 · 김호윤 변호사 · 박정철 변호사 · 유태선 변호사2026. 11. 5.대법원 2023. 9. 18. 선고 2022도7453 전원합의체 판결

핵심정리

자기 혐의 증거를 숨겨 달라며 남에게 넘긴 하드디스크를 그 사람이 증거은닉 피의자로서 임의제출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맡긴 사람에게까지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유지하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며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3. 9. 18. 선고 2022도7453 전원합의체 판결(업무방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에 대한 업무방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수긍했고, 이 판결에는 대법관 3명의 반대의견이 있습니다.

하급심

쟁점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받은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탐색·복제·출력할 때에는 피압수자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매체를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종전 판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본범이 증거를 숨기려고 넘긴 하드디스크를 넘겨받은 사람이 증거은닉 피의자로서 임의제출했을 때, 임의제출자가 아닌 본범 등에게도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 따른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검사는 피고인이 허위의 인턴십 확인서를 작성한 후 본범의 자녀가 대학원 입시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본범 등과 공모해 대학원 입학담당자들의 입학사정업무를 방해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했습니다.
  • 수사기관은 2019. 8. 27.경 본범 등의 자녀 입시·학사 비리 혐의 등과 관련된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수사를 본격화했습니다.
  • 본범은 2019. 8. 31.경 본범 등이 주거지에서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떼어 낸 정보저장매체 3개(이하 '하드디스크')를 다른 사람(이하 '보관자')에게 건네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숨겨 놓으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보관자는 이를 상가 지하 1층 헬스장 개인 보관함 등에 숨겨 두었습니다.
  • 하드디스크에는 자녀들의 대학·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인턴십 확인서와 피고인 등 관련자들의 문자메시지 등이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 수사기관은 2019. 9. 10.경 보관자를 증거은닉혐의 피의자로 입건했고, 보관자는 2019. 9. 11.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했습니다.
  • 수사기관은 탐색·복제·출력 과정에서 보관자와 그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했으나 보관자 측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본범 등에게는 참여 의사를 확인하거나 참여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본범보관자수사기관인턴십 확인서 발급하드디스크 교부·은닉 지시하드디스크 임의제출탐색 과정 참여 기회 부여참여 기회 부여하지 않음
그림. 사건 관계(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1. 2019. 8. 31.경본범이 보관자에게 하드디스크를 건네며 은닉 지시
  2. 2019. 9. 10.경수사기관이 보관자를 증거은닉혐의 피의자로 입건
  3. 2019. 9. 11.보관자가 하드디스크 임의제출
  4. 2021. 1. 28.제1심 유죄 판결
  5. 2022. 5. 20.원심 피고인·검사 항소 기각
  6. 2023. 9. 18.대법원 상고기각
그림. 사건 경과(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원심의 판단

원심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내용이 본범 자녀의 입시비리 혐의와 본범·보관자의 증거은닉 혐의에 관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아, 별건 증거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하드디스크의 증거들이 증거은닉 사건 재판에서 적법하게 증거로 채택되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점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여권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인용문의 공소외 1은 본범, 공소외 3은 보관자입니다).

나아가 공소외 1이 공소외 3에게 증거를 없앨 생각으로 저장매체들을 준 것은 공소외 3에게 저장매체들을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공소외 1이 이 사건 저장매체들의 실질적 피압수자라고도 할 수 없다.

원심은 공소권 남용과 이유모순 주장을 배척하고 확인서의 허위성, 업무방해의 위험, 고의와 공모를 인정했으며,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아 양쪽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임의제출자가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는 경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와 같이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라 함은, 피의자가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피의자를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압수·수색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살펴본 법리와 위 인정 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로서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한 공소외 3에 더하여 임의제출자가 아닌 공소외 1 등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 등을 들어 본범 등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보관자는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로서 자신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했습니다. 하드디스크와 그 전자정보는 은닉행위의 직접적인 목적물이어서 보관자의 증거은닉 혐의사실에 관한 증거이기도 하므로, 보관자는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자이고 탐색·복제·출력 과정 전체에 참여의 이익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 은닉과 임의제출 경위, 그 과정에서 보관자와 본범 등의 개입 정도 등에 비추어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에 근접한 시기에 하드디스크를 현실적으로 점유한 사람은 보관자이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보관자라고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본범은 임의제출의 원인이 된 범죄혐의사실인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가 아니고, 하드디스크의 존재 자체를 은폐할 목적으로 막연히 「자신에 대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은닉할 것을 부탁하며 교부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수사 종료」라는 불확정 기한까지 전속적인 지배·관리권을 포기하거나 보관자에게 전적으로 양도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같은 취지에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했습니다. 압수물과 피의사실 사이의 관련성, 공소권남용, 확인서의 허위성, 업무방해죄의 위계와 결과발생 위험성, 고의 및 공동정범, 2차 증거의 증거능력 등 그 밖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관 민유숙, 이흥구, 오경미의 반대의견은 증거은닉범이 본범 소유·관리의 정보저장매체를 피의자 지위에서 임의제출했고 본범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받지 않을 실질적인 이익을 갖는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본범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는 등 절차적 권리 보장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1170 판결: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과거 이용 사실이나 정보주체라는 사정만으로 실질적 피압수자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수사기관이 임의제출받은 하드디스크를 탐색·복제·출력할 때 누구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18조: 보관자가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압수한 절차에 관한 조문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참여권 보장 여부에 따라 하드디스크 전자정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조문입니다.
  • 형법 제314조 제1항: 피고인이 인턴십 확인서로 대학원 입학사정업무를 방해했다는 공소사실에 적용된 업무방해죄 조문입니다.
  •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참여권을 보장하는 바탕이 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조항입니다.

실무상 의미

  • 제3자가 임의제출한 정보저장매체에 관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 참여권이 인정되는지는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과거 그 매체를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참여권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 대법원은 본범이 임의제출의 원인이 된 범죄혐의사실인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가 아니고, 하드디스크의 존재 자체를 은폐할 목적으로 막연히 「자신에 대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은닉할 것을 부탁하며 교부한 점을 들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본범이 「수사 종료」라는 불확정 기한까지 하드디스크에 관한 전속적인 지배·관리권을 포기하거나 보관자에게 전적으로 양도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단에는 대법관 3명의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압수 절차의 참여권을 다툴 때에는 압수 당시 누가 매체를 현실적으로 점유·관리했는지, 자신의 의사로 넘기거나 포기했는지를 먼저 따져 보아야 합니다.

사건 표시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목록으로

개인정보처리방침
{{TE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