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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리포트

민사 · 임금체불/부당해고/산재

인근 공장 화학물질 누출사고 때 대피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

김진오 대표변호사 · 김호윤 변호사 · 박정철 변호사 · 유태선 변호사2026. 11. 3.대법원 2023. 11. 9. 선고 2018다288662 판결

핵심정리

인근 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되자 작업장을 이탈하며 조합원들에게도 대피하라고 한 근로자가 정직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작업중지권 행사가 적법하지 않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며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3. 11. 9. 선고 2018다288662 판결(정직처분무효확인등)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원고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적법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징계사유의 존부와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를 판단한 원심에 작업중지권 행사의 요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의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정직처분이 무효인지와 원고가 청구한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환송 후 원심이 다시 심리·판단합니다.

하급심

쟁점

피고 회사 인근 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되자 피고 회사 근로자인 원고가 작업장을 이탈하고 조합원들에게도 대피하라고 하였고,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정직처분을 했습니다. 원고의 대피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제2항, 제3항이 정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로서 적법한지, 특히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2016. 7. 26. 07:56 무렵과 09:30 무렵 두 차례, 피고 회사와 같은 산업단지에 있는 다른 회사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 약 300ℓ가 누출되었습니다. 티오비스는 상온에 노출되면 분해되면서 독성이 강한 기체인 황화수소를 발생시킵니다.
  • 소방본부는 08:30 무렵 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하라는 취지의 대피방송을 했고, 09:20 무렵에는 반경 500m~1km 거리의 마을 주민들에게 창문을 폐쇄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대피방송이 이루어졌습니다. 소방본부가 화학물질안전원에 황화수소 검출을 의뢰하자, 화학물질안전원은 09:30 무렵을 기준으로 반경 5m 지점에서는 황화수소 7ppm이 검출되나 반경 10m 이상의 지점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회신했습니다. 소방본부가 10:00 무렵 다시 검출을 의뢰하자, 화학물질안전원은 반경 5~10m 지점에서 5~8ppm 정도가 검출된다는 회신을 했습니다.
  •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이자 노동조합 지회장입니다. 원고는 10:00 무렵 피고 회사 노무이사, 기업별노동조합 위원장, 근로감독관 등과 대책을 논의했는데, 근로감독관은 대피를 권유했고, 원고는 기업별노동조합 위원장의 사고 현장 동행 제안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 원고는 10:46 무렵 소방본부에 전화해 피고 회사에 대피명령이 내려지지 않는 이유를 물었고, 이미 대피방송이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 원고는 작업장을 이탈하면서 작업 중이던 조합원 28명에게도 대피하라고 말했고, 11:30 무렵 조합원 25명이, 11:50 무렵 조합원 3명이 작업을 중단하고 작업장에서 이탈했습니다.
  • 누출사고 다음 날 20:32 무렵까지 인근 공장 근로자들 30명이 두통, 어지러움, 오심, 구토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중 3명은 통제선 밖 공장의 직원들이었습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2017. 1. 18.자 정직처분을 했습니다.
근로감독관원고소방본부조합원 28명대피 권유이미 대피방송했다는 취지 답변대피하라고 말함
그림. 사건 관계(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1. 2016. 7. 26. 0756 무렵: 인근 공장에서 티오비스 1차 누출
  2. 2016. 7. 26. 1046 무렵: 원고가 소방본부에 대피명령 여부 질의
  3. 2016. 7. 26. 1130 무렵: 조합원 25명이 작업 중단 후 이탈
  4. 2017. 1. 18.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정직처분
  5. 제1심·원심원고 청구 기각, 원고 항소 기각
  6. 대법원원심판결 파기, 대전고등법원에 환송
그림. 사건 경과(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 판결 이유를 인용하고 판단을 보충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원심은 작업중지권의 행사 주체는 근로자이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가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행사할 수는 없는데, 원고는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원고가 사고 현장을 확인해 보자는 기업별노동조합 위원장의 권유를 거절했으므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고, 정직처분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근로자가 근로를 하면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나 그 급박한 위험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하거나 이를 위하여 탐지하는 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객관적인 상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 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할 의무가 있고,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의도적으로 배제해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산업재해, 즉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사망,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와 같은 사유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원고의 대피를 다시 살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티오비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는 흡입 시 눈, 코 또는 목에 자극을 일으키거나 호흡곤란 또는 후각 마비를 유발할 수 있는 등 독성이 강한 기체입니다.
  • 당시 반경 100~150m 내 공장 근로자들에 대해 대피를 유도했고 반경 1km 내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방송이 이루어졌으므로, 반경 10m 이상의 지점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더라도 피해 범위를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고 상당한 거리까지 유해물질이 퍼져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누출사고 후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했고 사고 지점으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공장에서도 피해자들이 발생한 사정 등에 비추어, 반경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던 피고 회사 작업장이 안전한 위치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원고는 근로자이자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이미 대피명령을 하였다는 취지의 소방본부 설명과 근로감독관의 대피 권유를 토대로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대피하면서,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대피를 권유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재난지휘통제소 방문 제안을 거부하였으므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노조활동으로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적법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징계사유와 징계양정을 판단한 것은 작업중지권 행사의 요건, 급박한 위험의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법령

  •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 대법원은 작업중지권의 대상이 되는 산업재해를 이 조문의 정의에 따라 업무에 관계되는 가스·증기 등에 의한 사망, 부상 또는 질병으로 풀이했습니다.
  •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대법원은 제2항과 제3항을 근거로,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고 사업주는 그와 같이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 2019. 1. 15. 전부 개정된 현행법에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과 불리한 처우 금지를 정한 조문으로, 대법원이 현행 규정으로 함께 들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대법원은 반경 10m 이상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은 측정 결과 외에도 물질의 독성, 대피 유도와 대피방송의 범위, 실제 피해자 발생 등을 함께 살펴 급박한 위험을 판단했습니다. 사업장 밖에서 난 사고라는 사정만으로 작업중지권 행사가 배제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 원고가 대피 전에 들은 소방본부 설명과 근로감독관의 대피 권유가 합리적 근거의 판단 자료가 되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는 관계 기관의 안내 내용과 통화 시각 등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이 사건은 파기환송 사건이므로 정직처분이 무효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사업주는 작업중지와 대피를 이유로 징계하기 전에 당시 근로자가 알 수 있었던 정보와 위험 상황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 표시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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