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명예훼손/모욕
인터넷 커뮤니티를 두고 한 ‘종북’ 관련 발언이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
핵심정리
국정원 대변인이 인터뷰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종북세력 등이 활동할 가능성이 많은 공간으로 본다고 말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운영자에 대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284513 판결(손해배상(기))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곧 국가정보원 대변인의 발언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명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위 발언이 원고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부분은 원심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므로, 이 판결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유무가 최종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하급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16. 선고 2019나32162 판결: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피고에게 위자료 10,000,000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5. 9. 선고 2015가단5381624 판결: 국가정보원 대변인의 발언으로 사이트가 오명을 입었다고 볼 수 없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이 부분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쟁점
국가정보원 대변인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두고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할 가능성이 많은 공간으로 본다고 말한 것이 사이트 운영자인 원고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서 불법행위가 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특히 ‘종북’ 같은 정치적 표현이 사실 적시인지 의견 표명인지, 그 표현이 운영자를 가리키는지, 운영자의 객관적 평판이 손상되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관련 조문은 민법 제750조, 제751조 등입니다.
사실관계
- 원고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운영자입니다. 이 사이트는 2001년경 개설되어 2012. 12.경 기준 7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였습니다.
-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사이버팀 직원들은 2012. 8. 22.경부터 2012. 12. 17.경까지 이 사이트에서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과 관련된 게시글 및 댓글 400건을 작성하거나 2,835회에 걸친 찬반클릭을 하였습니다(원심 판결이 인정한 기초사실).
- 한 언론사는 2013. 1. 28. 국가정보원 대변인과 인터뷰를 한 뒤 같은 날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기사에는 이 사이트가 종북 사이트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변인이 「종북 사이트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만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본다.」라고 답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원고는 이 발언이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재산적·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원고는 사이버팀 직원들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하였습니다.
- 피고는 원심판결 중 패소 부분인 위 발언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명한 부분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 2013. 1. 28.언론사가 국정원 대변인 인터뷰 기사 보도
- 2019. 5. 9.제1심, 이 부분 청구 기각
- 2022. 9. 16.원심, 위자료 10,000,000원 지급 명령
- 2024. 1. 4.대법원, 피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대변인의 발언이 의견을 표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더라도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이 사이트가 종북세력과 관련한 사이트라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로 국정원이 대공 업무 등을 하는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이고 발언자가 기관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는 대변인인 점, 대변인이 아무런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습니다. 원심은 이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남북이 분단되고 국가보안법이 실정법으로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이 낳는 부정적인 인상과 위하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세력 등과 관련이 있다는 묵시적 사실에 관한 표현은 원고가 다년간 이 사건 사이트 운영 등을 통해 쌓아 올린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은 이 발언에 대한 위자료로 원고가 청구한 10,000,000원을 인정했고, 사이버팀 활동에 관한 청구와 재산상 손해의 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제1심은 발언에 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원심은 위자료 부분을 인정하여 결론이 달라졌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정치적 표현이 명예훼손이 되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명예는 객관적인 사회적 평판을 뜻하므로, 누군가를 상대로 단순히 ‘종북’ 등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여 명예훼손으로 단정할 수 없고, 그 표현행위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되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된다.
또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상대방이 누구인지, 그 표현을 한 맥락을 고려하여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위 발언이 원고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발언은 국정원 대변인이 업무상 언론사와의 인터뷰 중 언론사 측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내용도 유보적·잠정적인 판단 내지 의견이라는 점이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다고 보았습니다.
- ‘종북’이라는 표현은 시대적·정치적 상황 혹은 관점에 따라 의미와 범위가 유동적이어서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고, 이를 더하여 보면 발언은 이 사이트에 대한 광의의 정치적 평가 내지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보았습니다.
- 설령 사실 적시로 볼 여지가 있더라도, 발언은 사이트 이용자 중 일부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지칭 대상이 운영자인 원고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사이트 운영자에게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사이트 이용을 임의로 제한하거나 허용할 권한 등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객관적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국정원의 지위와 발언 당시 상황 등을 들어 위 발언을 원고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본 것은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정치적 표현으로 인한 명예훼손책임의 요건과 ‘종북’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를 정한 조문으로, 대법원이 정치적 논쟁이나 의견 표명과 관련한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 판단과 관련됩니다.
- 민법 제750조: 대변인의 발언이 불법행위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발생시키는지 판단하는 바탕이 된 조문입니다.
- 민법 제751조: 원심이 인정한 정신적 손해(위자료)의 배상과 관련된 조문입니다.
- 형법 제307조: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무엇인지 판단할 때 관련된 조문입니다.
실무상 의미
- 상대방이 자신을 두고 ‘종북’처럼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표현을 썼다는 것만으로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되지는 않고, 그 표현으로 객관적으로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되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합니다.
- 명예훼손 여부는 표현 자체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질문에 어떤 맥락으로 답한 것인지를 함께 보고 판단됩니다.
-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한 발언이 문제 될 때에는 그 표현이 이용자 일부를 가리키는지 운영자 본인을 가리키는지가 따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284513 판결 [손해배상(기)] [공2024상,341]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16. 선고 2019나32162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