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사기
민사조정에서 분할금 지급재원의 지급시기를 알리지 않은 경우 소송사기 기망행위 해당 여부
핵심정리
변호사가 참여한 민사조정에서 분할금 지급재원이 들어올 시기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기망행위나 손해가 곧바로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보고, 대법원은 소송사기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도10330 판결(사기)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조정절차에서의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들의 최종 유무죄는 환송 후 원심에서 다시 심리하여 정하게 됩니다.
하급심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7. 10. 선고 2019노1916 판결: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고단2055 판결: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쟁점
채권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피고인들이 분할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여 조정이 성립했는데, 피고인들이 그 지급재원인 아파트 시행 사업 양도대금이 언제 들어오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행위, 곧 조정절차를 이용한 소송사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채권자는 피고인 1이 작성한 지급확약서(작성일자가 2005. 4. 16.로 기재)에 따른 약정금 5억 4,000만 원을 받지 못하자 2015. 10. 23. 부산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피고인 1 측이 가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양도대금채권을 가압류했습니다.
- 2016. 4. 13. 피고인 1과 피고인 2가 대표이사인 시행회사가 연대하여 4억 원(2016. 9. 말까지 2억 원, 2016. 12. 말까지 1억 원, 2019. 7. 말까지 1억 원)을 지급하고, 채권자는 소와 가압류 신청을 취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16. 4. 25. 부산지방법원 조정실에서 그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했습니다.
- 검사는 피고인들이 지급재원인 양도대금을 아파트 준공 후에야 받을 수 있어 합의금을 제때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신속히 지급하겠다고 속였고, 약정금을 4억 원으로 감액받아 피고인 1이 1억 4,000만 원 채무를 면제받았다고 기소했습니다. 이는 공소사실, 곧 검사의 주장입니다.
- 채권자는 2005. 4. 무렵 피고인 1에게 돈을 지급할 당시 이미 사채 중개업을 하고 있었고,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으며 그 소송대리인이 조정절차에 참여했습니다.
- 조정조항에는 금전지급의무와 시행회사의 연대 의무 외에 채권자의 절대적 비밀유지의무와 위반 시 피해 보상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기한이익 상실에 관한 합의는 있었으나 지연이자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었습니다.
- 최종 이행기는 2019. 7. 31.로 아파트 사용승인 시기와 근접했고, 채권자는 시행 사업을 양수한 회사로부터 최종 이행기 무렵 300,373,400원을 수령했습니다.
- 2015. 10. 23.채권자, 약정금 청구 민사소송 제기
- 2016. 4. 13.4억 원 분할지급 합의
- 2016. 4. 25.부산지방법원 조정 성립
- 제1심이 부분 공소사실 무죄
- 원심제1심판결 파기, 유죄
- 2024. 1. 25.대법원, 원심판결 파기환송
원심의 판단
대법원 판결이 전하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심은 시행회사가 2016. 12. 말까지 3억 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합의금을 제때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피고인들이 채권자를 기망하여 합의와 조정에 응하게 했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로 사업 양수회사가 채권자와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하고 이를 피고인들에게 표시했을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게 채권자와 조속히 합의할 유인이 있었던 점, 피고인들이 시행회사가 사업 양수회사로부터 양도대금을 아파트 사용승인 이후에 받기로 한 사실을 알면서도 약속한 지급기한에 맞추어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믿게 한 점, 채권자가 시행회사가 양도대금을 받기로 한 시기가 2019년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조정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제1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으나, 원심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조정절차에서의 소송사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소송사기는 법원을 속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서,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게 되면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7124 판결 참조). 이러한 위험성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하여 소송절차를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민사조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소송절차나 조정절차에서 행한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인이 그 주장이 명백히 거짓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하였음이 인정되는 때와 같이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소송당사자들은 조정절차를 통해 원만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다소간의 허위나 과장이 섞인 언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언행이 일반 거래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 또 조정에 합의한 것은 부수적 사정에 따른 이해득실을 모두 고려한 이성적 판단의 결과로 보아야 하고, 변호사 등 소송대리인이 참여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보았습니다. 주된 조정채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칙상 주의의무 위반이나 조정성립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 발생을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인들이 지급재원인 양도대금의 지급시기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것 외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거나 위증을 교사하는 등 적극적 기망행위를 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채권자는 사채 중개업을 하던 사람으로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고, 조정조항에 채권자의 비밀준수의무와 손해배상의무도 정해져 있어, 이해득실을 충분히 고려한 이성적 판단으로 조정에 응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 최초와 마지막 분할지급기한이 3년가량 떨어져 있고 지연이자 정함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당사자들이 약정금의 지급시기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그러므로 피고인들이 양도대금의 지급시기를 명확히 고지하였어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조정절차에서의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 부분은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7124 판결: 소송사기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면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죄 조항으로, 조정절차에서 지급재원의 지급시기를 설명하지 않은 것이 이 조항의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다투어졌습니다.
실무상 의미
- 조정절차에서 다소간의 허위나 과장이 섞인 언행이 있더라도 일반 거래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는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 대법원은 변호사가 참여하여 성립한 조정을 이해득실을 고려한 이성적 판단의 결과로 보았으므로, 지급시기가 중요하다면 지연이자 등 그 시기를 지키게 하는 조항을 조정조항에 직접 정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조정 후 분할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칙상 주의의무 위반이나 손해 발생을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판결의 취지이므로, 형사고소를 검토할 때에는 허위 서류 제출 등 적극적 기망행위가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도10330 판결 [사기] [공2024상,484]
- 원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7. 10. 선고 2019노1916 판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