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교통사고/보험/후유장애
우울증을 앓던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 면책 예외를 판단하는 기준
핵심정리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던 피보험자가 자살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자살 무렵 환각·망상·명정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352 판결(보험금)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예외사유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는 대법원이 정하지 않았고, 환송 후 원심이 다시 심리·판단합니다.
하급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1. 4. 선고 2021나8926 판결: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2. 선고 2019가단5280606 판결: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원심 판결 주문의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쟁점
재해사망보험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 미지급 사유로 두면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예외를 두었습니다. 오랫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아 온 피보험자가 투신 장소를 미리 알아본 뒤 자살한 경우 이 예외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가 관련됩니다.
사실관계
- 원고는 피고 보험회사와 원고의 아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재해사망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 미지급 사유로 두고,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예외를 두었습니다.
- 피보험자(1996년생)는 청소년기부터 우울감, 불안감,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을 겪었습니다. 2015. 1. 28.경 적응장애 진단을, 2017. 3. 24.경 「기타 습관 및 충동장애」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 및 항불안제를 처방받았습니다.
- 피보험자는 2014년경부터 2017. 12. 25.까지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이로 인해 2018. 1. 8.부터 9일간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 피보험자는 2018. 10. 2. 군 훈련소에 입대했으나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건강의학적 상태」를 이유로 2018. 10. 4. 귀가 조치되었습니다. 2018. 10. 22.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에피소드」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으나 치료가 꾸준히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 원심은 피보험자가 2019. 1. 9. 투신 방법과 장소 등을 검색한 뒤 그곳을 방문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피보험자는 2019. 1. 12. 10:50경 갯바위 인근에서 바다에 투신하여 사망했습니다.
- 원고는 피고에게 100,000,000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 2014년경부터 2017. 12. 25.까지여러 차례 자살 시도
- 2018. 10. 22.중증의 우울에피소드 진단
- 2019. 1. 12.바다에 투신하여 사망
- 제1심원고 청구 일부 인용
- 원심제1심 피고 패소 부분 취소, 원고 청구 기각
- 대법원원심판결 파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보험사고를 발생시킨 사실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피보험자가 오랫동안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진료 내역에서 지속적인 환각, 망상 등의 정신증상이 관찰되지 않은 점, 부검 결과 중독물질 사용이나 명정상태에 이를 정도의 혈중 알콜 농도가 나오지 않은 점, 이전 자살 시도 때 직접 119에 신고하여 치료를 받은 점, 사망 방법과 장소를 미리 파악하여 실행에 옮기고 그 과정에서 친구와 일상 안부를 주고받은 점 등을 들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자신의 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으나, 원심은 피보험자의 사망이 약관의 보험금 미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자살을 면책사유로 정한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우울장애 등의 진단을 받거나 관련 치료 등을 받아 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자살에 이르게 된 상황 전체의 양상과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우울장애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하고,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들어 그 상황을 섣불리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우울장애 등을 겪다가 사망한 사람이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 환각, 망상, 명정 등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피보험자가 오랫동안 앓고 있던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 피보험자는 자살에 이를 때까지 오랫동안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 계속적으로 자살 시도를 했고, 스스로 병원에 찾아가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았음에도 호전되지 못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 피보험자는 평소 친구들에게 「자살해야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 피보험자에게 중증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 이외에 자살에 이르게 될 다른 원인이나 동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 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는 우울장애, 불안장애 환자들이 증상이 악화되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살시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 피고의 자문의뢰에 대한 병원 회신도 피보험자가 자살을 할 가능성이 높았던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지속적인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이 관찰되지 않은 사정, 부검 결과 판단력과 의식의 손상을 일으킬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사정, 사전에 자살 방법과 장소를 계획하고 그 과정에서 친구와 일상 안부를 주고받은 사정 등을 이유로 판단한 데에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예외사유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으로서는 피보험자의 우울증 진료기록 등을 근거로 자살에 이를 때까지 상황 전체의 양상과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피고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는 환송 후 원심에서 정해집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자살 면책 규정이 있어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는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를 나이와 성행, 정신질환의 진행경과, 자살의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위 종합적 고려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의 근거로 함께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38800 판결: 우울장애 등의 진단·치료를 받아 온 경우 상황 전체의 양상과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특정 시점의 행위로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상법 제659조 제1항: 보험사고가 피보험자 등의 고의로 생긴 경우 보험자의 면책에 관한 조문으로, 이 사건 약관의 고의 면책 조항과 그 예외의 해석이 이 조문과 관련되어 문제 되었습니다.
- 상법 제732조의2: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보험자가 책임을 면하는 범위에 관한 조문으로, 피보험자의 사망이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관련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대법원은 원심이 진료기록 등을 근거로 자살에 이를 때까지 상황 전체를 심리해야 했다고 보았습니다. 유족은 진단·처방·입원 기록, 자살 시도 경위 등 오랜 기간의 자료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보험회사가 자살 무렵 환각·망상·명정 상태가 없었다거나 사전에 장소를 알아보았다는 사정을 들더라도, 대법원은 그러한 특정 시점의 사정만으로 판단한 원심에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 이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이므로 보험금 지급 여부는 환송 후 원심의 심리에 따라 정해집니다. 대법원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을 뿐 결론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352 판결 [보험금] [공2024하,885]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1. 4. 선고 2021나8926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