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아동학대
장기간 학대로 쇠약해진 아동이 사망한 경우 보호자의 아동학대살해 미필적 고의 판단 기준
핵심정리
장기간 학대로 극도로 쇠약해진 아동에게 보호자가 다시 중한 학대를 가하고 방치해 아동이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그 보호자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4도2940 판결(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으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 1에게 아동학대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잘못이라고 보았고, 이와 일죄 또는 경합범 관계에 있는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했습니다. 피고인 1에게 아동학대살해죄가 성립하는지는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됩니다.
하급심
- 서울고등법원 2024. 2. 2. 선고 2023노2758 판결: 공소장변경을 이유로 제1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아동학대살해의 점은 이유에서 무죄로 보면서 그에 포함된 아동학대치사죄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7년을 선고했으며, 피고인 2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항소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 인천지방법원 2023. 8. 25. 선고 2023고합159 판결: 피고인 1에게 징역 17년, 피고인 2에게 징역 3년(각 이수명령 등)을 선고했고, 피고인 1의 아동학대살해의 점은 살해의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쟁점
보호자가 장기간 아동을 학대하던 끝에 아동이 사망하자, 검사는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 제1항의 아동학대살해죄로 기소했고 피고인은 살해의 고의 없이 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었습니다.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 특히 미필적 고의(형법 제13조)를 어떤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피고인 1은 피고인 2와 사실혼 관계로 동거하면서, 피고인 2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피해아동(남, 11세)과 피고인 2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자녀를 양육했습니다.
- 피고인 1은 2022. 3. 9.경부터 피해아동이 등교를 중단한 2022. 11. 24.경까지 약 24차례에 걸쳐 드럼스틱이나 선반받침용 봉으로 피해아동을 때리는 등 학대행위를 했고, 피해아동의 체중은 2021. 12. 20.경 38kg에서 2022. 10. 14.경 32.3kg으로 감소했습니다.
- 2023. 1. 말부터 2. 초순경 피고인 1은 연필이나 가위, 젓가락, 컴퍼스 지지다리로 피해아동의 다리와 몸통 등을 200회 넘게 긁거나 찔렀고, 피해아동은 사망 무렵 몸무게가 29.5kg으로까지 감소했습니다.
- 피고인 1은 2023. 2. 4.과 2023. 2. 6. 알루미늄으로 된 선반받침용 봉 등으로 피해아동의 전신을 수십 회 때렸고, 2023. 2. 5. 17:00경부터 2023. 2. 6. 03:00경까지, 2023. 2. 6. 03:30경부터 09:25경까지 합하여 약 16시간 정도 피해아동을 책상 의자에 묶어 두었습니다.
- 피고인 1은 2023. 2. 6. 18:10경 피해아동이 제대로 걷지 못하며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고, 2023. 2. 7. 심야에 피해아동이 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 피해아동은 2023. 2. 7. 13:10~13:12경 사망했고, 부검감정서 등에 의하면 여러 둔력 손상으로 심한 내부 실혈이 일어나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 2022. 3. 9.경피고인 1이 피해아동을 때린 뒤 학대 반복
- 2023. 2. 4.선반받침용 봉으로 전신을 수십 회 때림
- 2023. 2. 5. 1700경: 책상 의자에 결박(합하여 약 16시간)
- 2023. 2. 7.피해아동 사망
- 원심아동학대살해는 이유에서 무죄, 징역 17년
- 대법원피고인 1 부분 파기환송, 피고인 2 상고기각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이 든 사정들, 곧 양육 스트레스와 유산으로 인한 미움이 살해의 동기가 되기에 부족하고, 3일에 걸쳐 살해행위를 나누어 실행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우며, 폭행 도구가 일반적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기 쉬운 물건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아동이 사망 이틀 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는 등 일상적으로 행동했으며, 피고인 1이 학대 정황이 담긴 홈캠 영상 등을 폐기하지 않은 점 등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에 항소심에서 조사한 감정결과, 곧 연필 등에 의한 상처의 사망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고 CCTV에 촬영된 모습만으로 사망을 예견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더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결과와 당심의 위 감정결과, CCTV에 촬영된 피해자의 모습과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한 학대의 양상과 정도, 피해자의 상태와 태도 등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까지 예견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심은 검사의 공소장변경으로 제1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했지만, 살해의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과 징역 17년의 형은 제1심과 같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를 인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의 인정 기준은 살인죄에서의 범의의 인정 기준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아동학대살해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가 인정된다.
이어서 아동이 손상에 취약하고 학대가 지속·반복되어 피해가 누적되기 쉬운 특성을 들어, 피고인이 아동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에 살펴볼 사정을 다음과 같이 보았습니다.
나아가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가하여진 경우 그로 인해 피해아동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어 생활기능의 장애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나 취약해진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중한 학대행위를 다시 가할 경우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인식 또는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피해아동의 사망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인 피고인이 그의 학대범죄로 생명침해의 위험에 이른 피해아동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나 실효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였는지 혹은 피해아동이 사망에 이를 때까지 중한 학대행위를 계속하고 방관하거나 유기하였는지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아동학대살해의 범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 등을 들어 피고인 1에게 아동학대살해의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주양육자였으므로 자신의 행위가 피해아동의 건강이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피해가 점점 누적되고 있음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 피해아동은 사망 무렵 체질량지수가 하위 0.2%일 정도로 극도로 쇠약해져 신속한 치료와 구호가 필요한 상태였고, 피고인 1도 검찰에서 피해아동의 전신에 든 멍 등이 심해서 피고인 2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건강상태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고서도 2023. 2. 4.부터 심한 구타와 결박을 반복했고, 피해아동이 쓰러지거나 통증으로 잠을 자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 피고인 1은 피해아동의 활력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도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직접 119에 신고하는 등 실효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홈캠을 휴지통에 버리는 등 학대행위 정황이 담긴 증거를 삭제하려고 시도했습니다.
- 대법원은 피고인 1이 불확정적이나마 피해아동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위험 내지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중한 학대행위를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쟁점 공소사실을 이유에서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 1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국선변호인이 상고제기기간이 지난 뒤 낸 상고이유서를 상고장으로 보더라도 그 상고는 상고권이 소멸된 뒤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 2의 사실오인과 양형부당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보아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으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아동학대살해 무죄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아동학대치사 부분과 일죄 관계에 있고 나머지 유죄 부분과는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 살해의 범의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하고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245, 2022보도52 판결: 피고인이 살해의 범의를 다투는 경우 범행의 경위와 동기, 공격 부위와 반복성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보호자가 일정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를 처벌하는 아동학대살해죄 조항으로,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의 적용 법조입니다.
- 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2021. 3. 16. 개정 전에는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를 처벌하는 아동학대치사죄만 두었고, 대법원은 이 조문을 들어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된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 대법원이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이라는 법의 제정 목적을 설명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법 제13조: 미필적 고의를 포함해 살해의 범의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는 고의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 형법 제250조: 대법원은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살해의 범의 인정 기준이 이 조문의 살인죄와 같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상 의미
- 아동학대살해죄의 범의는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이 없어도, 자기 행위로 아동이 사망할 가능성이나 위험을 불확정적으로라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피고인이 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 폭행 도구나 개별 행위만 볼 것이 아니고 학대의 반복성, 아동의 누적된 건강 악화, 보호자의 치료·구호조치 여부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아 파기환송했고, 피고인 1에게 아동학대살해죄가 성립하는지는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판단합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4도2940 판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공2024하,1418]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4. 2. 2. 선고 2023노2758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