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저작권
공정이용 규정이 생기기 전에 세운 노래비에도 공정이용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핵심정리
지방자치단체 등이 노래가사를 새긴 노래비 등을 세운 사건에서, 대법원은 2011. 12. 2. 개정 전 저작권법 아래서는 널리 공정이용 법리를 인정하기 어렵고, 신탁한 저작재산권은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된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일부를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16872, 216889 판결(손해배상(지)·손해배상(지))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이 사건 4 노래비를 세운 피고와 이 사건 노래가사지를 설치한 피고에 대한 부분, 이 사건 1 노래비를 세운 피고에 대한 그 노래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독립당사자참가인의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상고와 이 사건 1 노래비를 세운 피고에 대한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공정이용과 묵시적 이용허락에 관한 원심 판단 일부를 잘못이라고 보았고, 파기된 부분의 손해배상 책임 유무와 손해액은 환송 후 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습니다.
하급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2. 선고 2019나28156, 45076 판결: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에서 한 독립당사자참가인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5. 14. 선고 2016가단5041442 판결: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쟁점
작사가는 생전에 노래가사의 저작권을 저작권신탁관리업자에게 신탁했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그 가사를 새긴 노래비와 노래가사지를 세우거나 관리하자 작사가의 상속인과 신탁관리업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공정이용 규정(구 저작권법 제35조의3)이 시행되기 전에 만든 노래비에 공정이용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저작권을 신탁한 작사가가 노래비 제작을 허락할 권한이 있었는지(신탁법 제2조)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독립당사자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음악저작자들로부터 음악저작물의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저작권신탁관리업자입니다. 작사가는 생전에 자신이 작사한 노래가사의 저작권을 참가인에게 위탁하는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이 사건 신탁계약은 위탁자가 신탁한 저작물에 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제3자에게 이용허락 및 권리행사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작사가는 2012. 3. 26. 사망했고, 원고는 참가인에게 신탁된 작사가의 모든 음악저작물의 재산권과 사용료에 관한 권리를 단독으로 상속했습니다.
- 피고들은 지방자치단체 등 6곳입니다. 이 사건 1, 4, 5 노래비는 각각 다른 피고가 제작·설치했고, 이 사건 노래가사지는 또 다른 피고가 제작·설치했으며, 나머지 두 피고는 이 사건 2, 3 노래비가 있는 토지의 소유자이거나 장소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 원고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제1심은 기각했고, 원고가 항소했습니다. 참가인은 원심 소송계속 중에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을 하여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 1998년경참가인이 이 사건 1 노래비 가사의 저작권을 이미 신탁관리
- 2001. 10. 경이 사건 4 노래비 설치
- 2005년경이 사건 1 노래비 제작·설치
- 2011. 7.경이 사건 노래가사지 설치
- 2012. 3. 15.공정이용 규정(개정 저작권법 제35조의3) 시행
- 대법원일부 파기환송, 나머지 상고기각
원심의 판단
원심은 작사가가 이 사건 신탁계약으로 권리를 참가인에게 신탁했으므로 손해배상청구 등 소제기 권한은 참가인만 가지고, 상속인인 원고는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참가인의 청구 중 이 사건 4 노래비와 이 사건 노래가사지 부분은, 구 저작권법에서도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등을 규정한 조항이 공정이용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고 있었던 점, 피고들이 지방자치단체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서 관광명소에 노래비 등을 설치한 점 등을 들어 공정이용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는 위와 같은 공정이용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 1, 5 노래비 부분은 피고들이 작사가에게 노래비 제작 사실을 알리면서 검토 등을 요청하자 작사가가 노래가사와 유래, 발표날짜 등을 확인해 주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저작권사용료를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작사가의 묵시적·포괄적 허락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원고 청구에 대한 결론은 제1심과 같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구 저작권법하에서 공정이용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와 저작재산권을 신탁한 뒤의 권리 귀속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는 대립되는 이해의 조정 위에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공정이용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 것이 필요한데, 구 저작권법(2011. 12. 2. 법률 제11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저작권법’이라 한다)은 이에 관하여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으면서 제23조 이하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를 개별적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므로, 구 저작권법하에서는 널리 공정이용의 법리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저작재산권 등을 신탁하면 대내외적으로 그 저작재산권 등은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서 그 권리가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원심 판단 일부를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 구 저작권법 제28조는 개정 저작권법 제35조의3과 요건이나 적용 범위가 달라 일반적인 공정이용 법리의 적용 근거로 삼기에도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 노래비와 노래가사지에 노래가사를 기재하는 이용행위는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고,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함으로써 종료된다고 보았습니다.
- 이 사건 4 노래비와 이 사건 노래가사지의 이용행위는 개정 저작권법 제35조의3 시행 이전에 완성되었으므로, 그 뒤 계속 존재했더라도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법률의 근거가 없는 이상 공공의 이익과 조화가 필요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저작재산권의 제한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이 사건 1 노래비는 2005년경 제작·설치되었는데 참가인은 1998년경 이미 그 가사의 저작권을 신탁관리하고 있었으므로, 작사가가 그 이전에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여지가 있고, 그렇다면 작사가가 당시 이용을 허락할 권한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체결 시기나 내용 등을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5 노래비 부분의 묵시적 허락 판단은 수긍했고, 동상의 제호와 이 사건 2, 3 노래비에 관한 그 밖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노래가사지를 설치한 피고에 대해서는 참가인이 노래가사지와 동상을 합쳐 1,500만 원을 청구했을 뿐 각각의 손해액을 특정하지 않아 그 피고에 대한 부분을 전부 파기했습니다. 또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합일확정을 위하여, 참가인 청구 중 파기하는 세 부분(이 사건 4 노래비를 세운 피고, 노래가사지를 설치한 피고, 이 사건 1 노래비를 세운 피고의 그 노래비 부분)에 대응하는 원고 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4 노래비를 세운 피고와 이 사건 노래가사지를 설치한 피고에 대한 부분, 이 사건 1 노래비를 세운 피고에 대한 그 노래비 부분을 파기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 구 저작권법하에서는 널리 공정이용의 법리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1272 판결: 저작권신탁관리업의 법적 성질이 신탁법상 신탁에 해당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78170 판결: 저작재산권 등을 신탁하면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다86573, 86580 판결: 독립당사자참가소송에서는 세 당사자 사이에 합일확정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구 저작권법 제35조의3(현행 제35조의5 참조): 2012. 3. 15. 시행된 공정이용 규정으로, 그 전에 완성된 노래비와 노래가사지의 이용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구 저작권법 제28조: 원심이 공정이용 법리 적용의 근거로 들었으나, 대법원은 요건이나 적용 범위가 달라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 저작권법 제105조: 저작권신탁관리업이 저작권법에 근거하는 업이라는 판단과 관련된 조문입니다.
- 신탁법 제2조: 신탁의 정의 조문으로, 저작재산권을 신탁하면 위탁자에게 이용허락 권한이 남지 않는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민사소송법 제79조: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근거 조문으로, 참가인 청구 부분을 파기하면서 원고 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대법원은 2012. 3. 15. 이전에 노래가사를 새겨 완성한 노래비에는 그 뒤 노래비가 계속 있었더라도 공정이용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법률의 근거가 없는 이상 공공의 이익과 조화가 필요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저작재산권 제한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저작권을 신탁관리업자에게 신탁한 저작자로부터 받은 이용허락은 신탁 시기와 내용 등에 따라 효력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저작물을 이용하기 전에 신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이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이므로, 파기된 부분의 손해배상 책임 유무와 손해액은 환송 후 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할 부분입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16872, 216889 판결 [손해배상(지)·손해배상(지)] [공2024하,1229]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22. 선고 2019나28156, 45076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