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저작권
시험 종료 후 저작물을 이용한 기출문제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핵심정리
학력평가시험을 출제하는 공공기관이 신탁관리 저작물을 지문 등으로 이용한 평가문제를 시험 종료 후 수년 동안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는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더라도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2001 판결(손해배상(지))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게시행위가 시험문제를 위한 복제 등,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고 피고에게 적어도 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급심
- 서울고등법원 2021. 8. 19. 선고 2020나2045644 판결: 원고가 원심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변경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하면서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11. 19. 선고 2019가합38727 판결: 원고가 항소했고, 원심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제1심판결이 원심과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쟁점
시험 출제기관이 저작물을 지문 등으로 이용한 평가문제를 시험이 끝난 뒤에도 수년 동안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든지 내려받을 수 있게 한 행위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허용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피고는 시험문제를 위한 복제 등 규정과 함께 구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제35조의3(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따라 게시행위가 적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글은 그중 제35조의3에 관한 판단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사실관계
- 원고는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물의 복사 및 전송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저작권신탁관리업자이고, 피고는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학력평가시험의 출제, 시험 및 채점 등의 업무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입니다.
- 피고는 고입선발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평가문제에 원고가 관리하는 저작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문 및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했습니다.
- 피고는 해당 시험이 종료된 후 홈페이지 등에 평가문제를 게시하여 누구든지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상태에 두었습니다. 소송에서 다툰 것은 이용기간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사이에 있는 게시행위입니다.
- 이용된 저작물은 주로 시, 소설, 미술저작물 등이고, 시나 미술저작물은 대체로 전부가, 소설 등은 일부분이 이용되었습니다. 원심은 저작물 153건 중 38건 정도는 출처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 원심이 인정한 다운로드 횟수는 저작물별로 수천 건에서 수만 건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이용된 저작물은 수십만 건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 원고는 전송권 침해를 원인으로 통상 사용료 상당인 17,215,924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원심에서 출처표시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예비적 청구를 추가했습니다.
- 2009년부터 2019년까지피고가 시험 종료 후 평가문제를 홈페이지 등에 게시
- 2020. 11. 19.제1심 판결, 원고 항소
- 2021. 8. 19.원심, 피고에게 10,000,000원 및 지연손해금 지급 판결
- 2024. 7. 11.대법원, 상고기각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게시행위가 해당 시험의 출제와 성적 제공까지 전체 과정이 완료된 후에 수년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저작물을 전송하는 것이어서 시험의 목적에 필요한 정당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어 저작물을 학습자료로 이용할 때는 이용허락과 사용료 지급으로 이루어진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 피고가 허락 없이 무상으로 학습자료로 이용하는 결과를 초래한 점, 운문 11개와 미술저작물은 전체가 지문 등으로 이용된 점, 153건 중 38건 정도는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이 사건 게시행위가 이 사건 저작물을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이 사건 게시행위로 이용해도 된다고 보기 어렵다.
손해액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가 주장한 17,215,924원은 연도별 다운로드 수 계산이 실제와 맞지 않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손해액을 10,000,000원으로 정했습니다. 원심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제1심판결이 원심과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저작물의 이용 행위가 구 저작권법 제35조의3에 따른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저작물의 이용 행위가 구 저작권법 제35조의3 제1항에서 규정한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는, 같은 조 제2항 각호에서 예시적으로 열거한 ‘이용의 목적 및 성격(제1호)’,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제2호)’,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제3호)’,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제4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이용의 경위나 방법 등과 같이 위 각호에서 열거하지 않은 사항이라도 판단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제4호)’에 관하여는 저작물의 이용이 원저작물 또는 원저작물의 2차적저작물에 대한 현재 시장의 수요나 장래 개발될 합리적인 개연성이 있는 통상적인 시장의 수요를 대체하거나 그 시장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없거나 적은지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공정한 이용인지 다투어지는 대상을 평가문제의 작성과 구별하여 이 사건 게시행위로 보았습니다.
- 게시행위는 평가문제를 기출문제 정보로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어 저작물과 이용 목적과 성격이 다르고 공익적·비영리적 이용의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작물을 평가문제에 포함한 채로 그대로 전송하는 것이므로 새로운 표현, 의미, 메시지 등으로 변형되는 정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 이용된 저작물은 허구적·창조적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시나 미술저작물은 대체로 전부가 이용되었습니다. 피고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게시기간이나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자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아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용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원고가 관리하는 저작물을 학습자료로 이용하려는 자가 이용허락을 받고 사용료를 지급하는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고, 기출문제 등을 전송의 방법으로 제공하는 시장도 장래 개발될 합리적인 개연성이 있는 통상적인 시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용허락 없는 게시행위로 그 시장의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는 구 저작권법 제25조의 교육기관이나 교육지원기관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복제방지조치 등 필요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장기간 저작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했고, 일부 저작물은 출처표시의무를 위반하기도 하여 이용 방법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는 공공기관이고 저작권신탁관리업자의 사용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정하므로, 피고로서는 승인된 사용료를 지급하고 기출문제를 게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이를 통해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위 사정을 종합하여 게시행위에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데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고 보아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시험문제를 위한 복제 등과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한다는 주장,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 등 그 밖의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 대법원은 공표된 저작물의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이 되려면 피인용저작물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에 있어야 하고, 인용의 목적,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이 판결을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구 저작권법 제28조: 피고는 게시행위가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라고 주장했으나, 원심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했습니다.
- 구 저작권법 제35조의3: 피고가 내세운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규정으로, 대법원은 같은 조 제2항 각호에서 정한 사항 등을 종합하여 게시행위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현행 제35조의5 참조).
실무상 의미
- 시험 출제처럼 저작물을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목적이 있더라도, 그 목적이 끝난 뒤 결과물을 홈페이지에 계속 게시하는 행위는 별도로 허용 여부를 따지게 됩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공정한 이용 여부를 평가문제의 작성과 구별하여 게시행위를 대상으로 판단했습니다.
-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정한 이용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용허락과 사용료 지급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지, 게시기간과 이용자 제한, 복제방지조치, 출처 표시 등 이용의 경위나 방법도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 기관이나 사업자가 기출문제나 학습자료를 온라인에 올릴 때에는 지문 등에 쓰인 저작물에 관하여 이용허락을 받고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2001 판결 [손해배상(지)] [공2024하,1234]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1. 8. 19. 선고 2020나2045644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