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수사/형사절차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채택한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의 추가 증거조사 범위
핵심정리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채택한 제1심 무죄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항소심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필요성이 분명한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증인을 추가 신문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도7802 판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증인을 추가로 신문한 뒤 제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국민참여재판 항소심의 심리·증거조사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의 유무죄는 대법원이 정하지 않았고, 환송 후 원심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됩니다.
하급심
- 서울고등법원 2020. 6. 11. 선고 2018노3328 판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징역 2년 6개월에 처했습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11. 12. 선고 2018고합167 판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어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받아들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쟁점
피고인은 화물트럭 구입 자금 명목으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편취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은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가 항소한 뒤 항소심이 제1심에서 신청하지 않았거나 철회했던 증인을 새로 채택해 신문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유죄로 판단할 수 있는지, 항소심의 추가 증거조사가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관련 조문은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36조 제1항 등입니다.
사실관계
- 공소사실(검사의 주장)은 피고인이 2011. 12. 14.경 피해자에게 화물트럭 20대가량을 구매하여 지입차량 계약을 체결하면 1대당 월 400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차량 구입 자금을 빌려달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은 이 말로 피해자로부터 2011. 12. 14.부터 2013. 1. 25.경까지 총 55회에 걸쳐 합계 2,421,000,000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는 것이 공소사실입니다.
- 피고인은 기망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편취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고,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 제1심은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희망에 따라 공판준비기일을 열었고, 검사가 신청한 피해자 외의 유사 피해 주장자 2명에 대한 증인신청을 채택했습니다. 그중 1명은 2018. 11. 2. 가게 운영을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고, 검사가 그 증인신청을 철회했습니다.
- 2018. 11. 12. 제1심 법정에서 피해자와 다른 유사 피해 주장자 1명에 대한 증인신문, 피고인신문, 입출금거래내역서·장부 등 증거서류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이 내려졌고 제1심은 이를 받아들여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 검사는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했고, 원심은 2019. 6. 13. 피해자의 배우자를 증인으로 신문한 뒤 2019. 7. 3. 변론을 재개하여 피해자, 피고인이 근무한 직장의 대표, 제1심에서 철회되었던 유사 피해 주장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신문했습니다.
- 원심은 2020. 5. 14. 직권으로 피해자의 배우자를 다시 신문한 뒤 2020. 6. 11.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 2011. 12. 14.부터 2013. 1. 25.경까지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총 55회 송금(공소사실)
- 2018. 11. 12.제1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만장일치 무죄평결과 무죄판결
- 2019. 7. 3.원심 변론 재개(이후 검사가 신청한 피해자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신문)
- 2020. 6. 11.원심, 제1심판결 파기 후 징역 2년 6개월 선고
- 2024. 7. 25.대법원, 원심판결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가 기존 공소사실에서 번호판 관련 투자부분을 철회하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하여 이를 허가하였으므로 제1심판결은 더 유지될 수 없다고 보고,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도 변경된 공소사실 범위에서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채택한 제1심 판단이라도 예외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기준을 세운 뒤, 같은 날 송금액의 합계가 8,000만 원이나 2,000만 원의 배수가 되도록 송금한 내역, 통장 적요란의 기재, 피해자의 배우자와 유사 피해 주장자들의 진술 등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무죄의 평결을 하고 그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제1심법원이 이를 그대로 채택하였다 하더라도, 제1심에서는 물론 항소심법원에서 채택·조사된 증거들까지 종합하여 볼 때 그 평결과 제1심법원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거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형사사법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 규명과 그를 통한 형사사법의 정의 실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평가될 정도로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에는, 항소심법원으로서도 위와 같은 법리에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그 평결과 제1심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제1심은 피해자의 진술 외에 피고인이 차량구입자금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하였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으나, 원심은 항소심에서 추가로 조사한 증거까지 종합해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채택한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의 증거조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사재판, 즉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제1심법원이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받아들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한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입법 취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의미와 정신 등에 비추어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법원의 판단은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고 그런 면에서 제1심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요컨대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한 배경과 취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의미와 정신, 형사재판 항소심 심급구조의 특성, 증거조사절차에 관한 형사소송법령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공판준비기일을 필수적으로 거친 다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제1심법원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그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하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은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 제3호의 「그 밖에 항소의 당부에 관한 판단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제1, 2호에 준하는 예외적 사유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원심의 추가 증거조사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 원심이 새로 신문한 피해자의 배우자와 피고인이 근무한 직장의 대표는 제1심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기일에서 신청하지 않은 증인이고, 그 당시 신청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유사 피해 주장자는 제1심 법정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여 검사가 증인신청을 철회한 증인이고, 피해자는 제1심에서 증인신문을 마친 증인이어서, 새로운 중요한 증거의 발견 등으로 다시 신문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 등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검사는 유사 피해 주장자를 원심에서 다시 신청하면서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유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제1심 공판준비기일에서와 유사한 입증취지를 반복했을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 피해자의 원심 법정 진술은 같거나 유사한 취지의 진술의 반복에 지나지 않고, 추가로 조사된 다른 증거로 알 수 있는 사정들도 제1심이 이미 고려했던 사정 중 일부이거나 부수적·지엽적 사정들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의 배우자가 송금한 금원 내역과 직접 작성한 장부 등은 제1심 증거조사과정에서 이미 현출되었다고 보았습니다.
- 그 결과 원심의 추가 증거조사를 통하여 제1심의 판단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위 증인들을 신문한 다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제1심의 판단을 뒤집고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국민참여재판 항소심의 심리·증거조사에 관한 법리,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채택된 경우 제1심의 판단은 항소심에서 명백히 반대되는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9. 7. 24. 선고 2018도17748 판결: 형사소송법령이 제1심 법정에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을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할 것을 상정하고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4도8313 판결: 제1심에서 증거능력이 있었던 증거는 항소심에서도 증거능력이 유지되어 다시 증거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항소심의 증인신문을 제2항 각 호의 경우로 한정하는 조문으로, 대법원은 원심이 채택한 증인들이 이 사유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36조 제1항: 국민참여재판에서 공판준비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 조문으로, 제1심법원의 심리가 집중되어야 한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3 제1항: 공판준비기일에서 신청하지 못한 증거는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한 때 등에 한하여 공판기일에 신청할 수 있게 한 조문으로, 항소심의 증거신청이 제1심보다 제한된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3항: 제1심법원에서 증거로 할 수 있었던 증거는 항소법원에서도 증거로 할 수 있다는 조문으로, 항소심에서 다시 증거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국민참여재판 제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평결이 채택된 경우, 대법원은 항소심의 추가 증거조사를 필요성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하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에서 같거나 유사한 취지의 진술을 다시 듣는 것만으로는 제1심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국민참여재판은 공판준비절차를 반드시 거치므로, 필요한 증인과 증거는 제1심 공판준비기일에 일괄하여 신청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제1심에서 철회한 증인을 항소심에서 유사한 입증취지로 다시 신청해 신문한 것을 부득이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대법원도 피해자가 심리적 부담 등으로 제1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증언할 수 없었던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항소심의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 판결이므로 피고인의 유무죄는 환송 후 원심에서 다시 심리·판단됩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도780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공2024하,1541]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0. 6. 11. 선고 2018노3328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