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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리포트

민사 · 대여금/채권회수

속아서 빌려준 돈을 대여금으로 청구하면 상대방의 상계를 막을 수 있을까요?

김진오 대표변호사 · 김호윤 변호사 · 박정철 변호사 · 유태선 변호사2026. 10. 27.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04696 판결

핵심정리

상대방에게 속아 돈을 빌려준 사람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고 대여금과 이자를 청구한 경우, 대법원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무의 상계를 금지한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며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04696 판결(대여금)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72,888,106원과 그중 일부 금액별로 원심 주문에서 정한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이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로 돈을 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청구하는 대여금 등 채권에는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하급심

  • 서울고등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나2002358 판결: 피고의 원고 2에 대한 항소를 각하하고, 원심에서 변경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변경했습니다. 피고가 원고에게 72,888,106원 등을, 원고 2에게 83,180,000원 등을 지급하도록 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2. 12. 8. 선고 2020가합41903 판결: 원고 2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고, 원고들과 피고가 모두 항소했습니다.

원심까지는 원고와 그 형제자매인 원고 2가 함께 소송했고, 상고는 원고만 했습니다. 원심 판결 원문의 「원고 1」이 이 글의 원고입니다.

쟁점

민법 제496조는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면 그 채무자가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기망으로 돈을 빌려주었다는 원고가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고 대여금과 이자를 청구했습니다. 이때 피고가 자기 채권으로 원고의 대여금 채권(수동채권)과 상계하는 것을 민법 제496조를 유추적용하여 막을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피고는 원고 2에게 주식과 채권 등의 투자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이후 원고들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돈을 받고 투자원금, 이자, 수익금 명목으로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금전 거래를 했습니다.
  • 피고는 원고들을 기망하여 금전을 편취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2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범죄사실에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2010. 9. 29.경부터 2014. 11. 17.경까지 18회에 걸쳐 합계 407,500,000원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대여원금 합계 342,500,000원과 이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했습니다.
  • 피고는 변제 항변과 함께,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초과하여 지급한 이자가 원본에 충당되어 원본마저 소멸한 경우 그 초과지급액에 관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다른 대여금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원고는 피고의 기망으로 돈을 빌려주었으므로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되어 대여금 등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는 금지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피고검사돈을 빌려주고 대여금 청구원리금을 넘어 지급한 돈에관한 채권으로 상계 주장편취 혐의로 기소
그림. 사건 관계(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1. 2010. 9. 29.경부터 2014. 11. 17.경까지형사 범죄사실상 18회 편취 기간
  2. 2020. 8. 26.이 사건 소 제기
  3. 2022. 7. 25.피고의 상계 의사표시가 적힌 준비서면이 원고에게 송달
  4. 제1심원고들과 피고가 모두 항소
  5. 원심상계항변 일부 인정, 원고에게 72,888,106원 등 지급
  6. 대법원상고기각
그림. 사건 경과(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돈의 지급을 약정한 부분은 무효이고, 초과 지급된 이자 상당 금액은 원본에 충당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1번, 8번 대여금은 소멸하고 원리금을 넘어 지급된 돈은 피고가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로 나머지 대여금이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다른 민사사건에서 피고의 상계 주장이 배척되었다는 점을 들었으나, 원심은 다음 사정 등을 고려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의 수동채권은 원고 1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 채권일 뿐 불법행위 내지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이 아니며, 이 사건 대여금 채권과 불법행위 내지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채권 사이에는 부대채권의 범위 등에 있어 성격을 달리하여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원심은 제1심판결이 원심의 판단과 결론을 일부 달리한다고 보아 제1심판결을 변경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대방의 기망으로 빌려준 대여금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에 민법 제496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 규정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에 관한 것이므로 그 외의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채무불이행을 구성함으로써 하나의 행위에 기초하여 두 개의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하여 경합하는 경우(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참조)나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부당이득 원인을 구성함으로써 하나의 원인에 기초하여 두 개의 청구권이 발생하여 경합하는 경우(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참조) 등 상계 금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수동채권이 실질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는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
상대방의 기망행위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계약상 채권에 따른 대여금 및 이자 등의 지급을 구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계약상 채권은 상대방의 기망행위가 아니라 쌍방 사이의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권리이고, 그 급부의 이행으로 지향하는 경제적 이익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동일하여 양자가 경합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민법 제496조가 정한 상계 금지의 취지에 비추어 계약상 채권이 실질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만한 사정도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판결 이유에서 제시한 법리와 이유는 다음과 같고, 대법원은 이에 비추어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 유추적용은 공통점이나 유사점만으로 긍정할 수 없고,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인정할 수 있습니다.
  • 원고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고 대여금과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했습니다.
  • 원고의 대여금 채권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권리이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경합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 대여금 채권이 실질적으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만한 사정도 없습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로 돈을 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고, 민법 제496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밖의 상고이유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보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26135 판결: 유추적용은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채무불이행을 구성하여 두 손해배상채권이 경합하는 경우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부당이득 원인을 구성하여 두 청구권이 경합하는 경우 민법 제496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496조: 원고는 이 조문의 유추적용으로 피고의 상계를 막으려 했으나, 대법원은 대여금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이 사건 상계에는 유추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상 의미

  • 상대방에게 속아 돈을 빌려준 사람이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고 계약상 대여금과 이자만 청구하면,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상대방의 상계를 민법 제496조의 유추적용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 대법원은 고의의 불법행위가 동시에 채무불이행이나 부당이득 원인을 구성하여 청구권이 경합하는 경우 등에는 유추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어떤 채권을 청구원인으로 삼을지는 상대방의 상계 가능성까지 살펴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원심은 최고이자율을 넘는 이자가 원본에 충당되고, 원리금을 넘어 지급된 돈은 차주가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받아들였습니다. 높은 이자를 받아 온 거래라면 청구 금액을 정하기 전에 이 부분을 계산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 표시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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