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임금체불/부당해고/산재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 사고에서 건설공사를 도급한 사업주의 도급인 해당 여부 판단 기준
핵심정리
대법원은 건설공사를 도급한 사업주가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에 형사책임을 지는 도급인인지는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을 중심으로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무죄로 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 부분을 파기하고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산업안전보건법위반)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항만공사와 그 대표)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 공사를 건설공사발주자로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들의 유무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환송 후 원심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됩니다.
하급심
- 인천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3노2261 판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공사와 피고인 대표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인천지방법원 2023. 6. 7. 선고 2022고단1878 판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대표에게 징역 1년 6월, 피고인 공사에게 벌금 1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쟁점
2020. 1. 16.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 가운데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는 자를 건설공사발주자로 정해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했습니다(제2조 제7호 단서, 제10호). 도급인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지고 그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하면 제167조로 처벌되지만, 건설공사발주자의 조치의무 위반은 과태료 대상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건설업 등록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항만공사가 갑문 보수공사를 도급한 경우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피고인 공사는 항만시설의 유지·보수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사업주이고, 그 대표(이하 피고인 대표라 합니다)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까지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였습니다.
- 피고인 공사는 자신의 사업장인 갑문에서 하는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수급인 회사들에 2,219,757,000원에 도급했습니다. 피고인 공사는 자본금이 5조 원에 달하는 공기업이고, 피해자가 소속된 수급인은 자본금 10억 원, 상시 근로자 수 약 10명의 기업이었습니다.
- 2020. 6. 3. 08:15경 수급인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가 갑문 상부에서 윈치 프레임을 이용해 H빔을 내리던 중, 윈치 프레임이 넘어지면서 함께 18m 아래 갑문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했습니다.
- 피고인 공사가 설치한 철제 안전난간은 피해자의 작업장소인 맨홀 구간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피해자의 안전대는 사고 당시 안전난간에 고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 검사는 안전대 부착설비 미설치와 중량물 작업계획서 미작성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2020. 6. 10.경 비계강관 자재 전도방지조치와 밀폐공간 작업 조치 등을 하지 않은 점을 공소사실로 하여 피고인들을 기소했습니다.
- 2020. 6. 3. 0815경: 피해자가 H빔 하역 중 18m 아래로 추락해 사망
- 2020. 6. 10.경정기감독 때까지 전도방지·밀폐공간 조치 등 미이행
- 2023. 6. 7.제1심, 피고인들 유죄
- 2023. 9. 22.원심, 피고인들 무죄
- 2024. 11. 14.대법원,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 부분 파기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공사가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았고, 국가가 자본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출자한 법인이어서 건설업 등록을 신청할 수도 없으며, 갑문 보수공사를 직접 시공할 인력이나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 공사가 사업 기획, 설계, 감리, 공정률 점검과 안전 점검을 한 것은 발주자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어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한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과 취지, 문언과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해당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이 건설공사를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할 수밖에 없는 자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도급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은 설령 피고인 공사가 도급인에 해당하더라도, 수급인 측 근로자들이 H빔 하역작업을 피고인 공사에 보고하지 않은 채 크레인 없이 윈치로 진행한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고의나 책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제1심은 피고인 공사를 도급인으로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나, 원심은 건설공사발주자로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분 기준 및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죄의 성립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위와 같은 사항과 함께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제173조, 제168조 제1호에서 제38조, 제39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산업재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 등이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 등에서 정한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관계 법령상의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자체로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3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피고인 공사가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 공사는 갑문 유지·관리를 주된 설립 목적 중 하나로 하고,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했으며, 수급업체의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면서 설계도면을 직접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 피고인 공사는 갑문시설물 유지보수를 주 업무로 하는 갑문운영팀을 두었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갑문시설의 정비·보수 계획을 수립·시행해 왔으며, 이 사건 공사도 그 계획의 일부를 시행하려고 도급한 것이었습니다.
- 피고인 공사의 위험성평가표에는 사고 이전부터 중량물 취급과 관련된 사고 위험이 지적되어 있었고, 현장감독관은 사고 일주일 전쯤 윈치 프레임이 현장에 놓여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 대법원은 피고인 공사가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 대표는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채 H빔 작업을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볼 수 있고, 그 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추락,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2020. 6. 10.경에도 사고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 공사를 건설공사발주자에 불과하다고 보거나 피고인들의 고의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도7733 판결: 사업주가 관계 법령상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 단서와 제10호가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는 자를 건설공사발주자로 정해 도급인에서 제외하는데, 피고인 공사가 여기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지도록 정한 조문입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건설공사발주자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의무를 정한 조문으로, 그 위반은 제175조 제4항 제3호에 따라 과태료 대상입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도급인의 의무 위반으로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의 처벌 조문으로, 피고인 공사가 도급인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이 조문의 형사책임 여부가 정해집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를 정한 조문으로, 대법원은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제168조 제1호 등의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상 의미
-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 공사를 도급인으로 보았습니다. 자신의 사업장에서 하는 공사를 기획·설계·감독하는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 실질적 영향력, 전문성 등에 따라 도급인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도급인에 해당하면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지므로, 추락이나 중량물 취급처럼 위험성평가에서 지적된 위험요소에 대한 조치를 점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대법원은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으므로, 사망사고 뒤 정기감독에서 확인된 조치 미이행도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산업안전보건법위반] [공2025상,84]
- 원심: 인천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3노2261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