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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리포트

형사 · 사기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범행을 몰랐다고 부인하는 경우 사기죄의 고의와 공모를 판단하는 기준

김진오 대표변호사 · 김호윤 변호사 · 박정철 변호사 · 유태선 변호사2026. 10. 24.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핵심정리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수거 사실은 인정하면서 범행을 몰랐다고 부인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채용 경위, 수거·송금 방식, 피해자에게 건넨 문서, 보수 등을 종합하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보아 무죄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며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주민등록법위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적어도 사기죄 등에 대한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고, 고의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로 피고인의 유무죄와 형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하급심

  • 대전지방법원 2024. 6. 12. 선고 2023노999 판결: 제1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대전지방법원 2023. 3. 24. 선고 2022고단1729, 2022고단3387(병합),2022고단3481(병합), 2022고단3717(병합), 2022고단4568(병합) 판결: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배상신청은 각하했습니다.

쟁점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받아 송금하거나 전달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그 일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로 다투었습니다. 현금수거책이 이처럼 고의와 공모를 부인할 때 어떤 사정을 근거로 사기죄 등의 고의와 공모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형법 제13조(고의), 제30조(공동정범), 제347조(사기)와 형사소송법 제308조(자유심증주의)가 관련됩니다.

사실관계

  • 피고인은 2022. 1. 6. 새벽경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고, 같은 날 오전경 부동산중개법인 과장을 자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일당 8만 원에 업무수행 1건당 추가수당을 받는 조건으로 부동산 시장조사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 대법원이 본 사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면접절차, 피고인의 신원·신용을 확인하는 절차, 근로계약서 작성이 없었습니다. 피고인은 부동산 시장조사 업무를 한 지 며칠 만에 현금수거업무를 시작했습니다.
  • 피고인은 조직원의 카카오톡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을 만나 현금을 받으면서, 파일로 전송받은 금융감독원장 명의 공문서나 금융기관 명의 사문서를 출력하여 피해자들에게 건넸습니다. 검사는 이 문서들이 위조된 것이라고 보아 공문서위조·사문서위조 등으로도 기소했습니다.
  • 피고인은 2022. 1. 12.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피해자 6명으로부터 7차례에 걸쳐 합계 9,219만 원을 받았습니다. 받은 돈은 약 100만 원씩 쪼개어 피고인이 모르는 여러 사람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무통장 송금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습니다.
  •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은 현금수거업무를 하면서 합계 약 200만 원 이상의 돈을 받았습니다(원심은 약 235만원으로 보았습니다).
  • 피고인은 당시 47세로, 간판·현수막 관련 자영업을 약 17년 정도 하다가 그만두고 택배, 식당일 등을 한 경력이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피해자피고인제3자 계좌·전달책전화로 대출·범죄연루관련 거짓말카카오톡으로 수거지시·문서 전송현금 교부,합계 9,219만 원타인 명의로 쪼개 송금·전달
그림. 사건 관계(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1. 2022. 1. 6.구직사이트에 이력서 게시, 조직원의 연락
  2. 2022. 1. 12.부터 같은 달 20일까지피해자 6명으로부터 7차례 현금 수령
  3. 2023. 3. 24.제1심 유죄, 징역 2년
  4. 2024. 6. 12.원심 무죄
  5. 2024. 12. 12.대법원 파기환송
그림. 사건 경과(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으나, 원심은 직권으로 사실오인 여부를 살폈습니다. 원심은 채용과정이 이례적이라거나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같은 날 같은 피해자로부터 두 번 현금을 받고 송금 거래명세표를 촬영해 보고하면서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은 점, 보수가 지나치게 높지 않은 점,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수법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문서위조 등 나머지 범행도 사기 범행의 수단에 불과하므로 그 위법성 역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보았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본건 당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제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원심은 제1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과 범의를 인정하는 방법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이하 ‘보이스피싱’이라 한다)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 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적어도 사기죄 등에 대한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 보이스피싱 조직은 역할을 나눈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므로, 피고인이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과 폐해가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도 들었습니다.
  • 면접, 신원·신용 확인, 근로계약서 없이 채용되어 며칠 만에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은 경위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은 도착 약 10분 전에야 피해자의 인상착의와 할 말, 교부할 서류를 전달받았고, 받은 현금을 모르는 사람들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로 약 100만 원씩 쪼개 송금하거나 전달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방식이 통상의 수금방식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이 출력해 건넨 문서는 부동산 시장조사 업무와 무관하고 내용이나 형식도 조악하여, 피고인은 그 문서가 거짓으로 작성, 위조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인은 받은 현금액수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일부를 경비와 수당으로 직접 취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대가보다 큰 액수를 받았고, 대법원은 여기에 피고인의 나이와 경력 등을 더하여 보았습니다.

원심은 채용과정에 범죄를 의심할 정황이 없고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수법을 알았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 등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공모는 순차적 또는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으로도 성립하고,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자도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을 진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도1148 판결: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면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범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13조: 현금수거를 한 피고인에게 사기죄 등의 고의, 특히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가 이 사건의 중심 쟁점이었습니다.
  • 형법 제30조: 피고인이 조직원과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를 결합하여 공동정범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법 제347조: 조직원의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받은 행위가 사기죄로 기소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08조: 대법원은 원심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상 의미

  •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의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범행 수법을 정확히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의가 부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대면 없는 채용, 근로계약서 미작성, 업무와 무관한 금융기관 명의 문서의 출력·교부, 타인 명의를 이용한 쪼개기 송금, 현금에서 직접 떼어 가는 보수 등은 대법원이 고의 판단에서 고려한 사정입니다. 아르바이트로 현금을 받아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이런 사정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이어서 피고인의 유무죄를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고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므로 사건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 표시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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