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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리포트

형사 · 수사/형사절차

원본을 지운 녹음파일 사본도 형사재판에서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김진오 대표변호사 · 김호윤 변호사 · 박정철 변호사 · 유태선 변호사2026. 10. 23.대법원 2025. 2. 27. 선고 2022도1864 판결

핵심정리

피해자가 휴대전화의 녹음파일 원본을 대부분 지우고 사본만 제출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본 제출이 곤란하면 관여자 진술,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원본 동일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원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한 무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며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5. 2. 27. 선고 2022도1864 판결(사기·무고)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원본파일이 현존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 판단을 잘못이라고 보았고, 피고인들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환송 후 원심이 녹음파일의 원본 동일성과 그 내용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됩니다.

하급심

  • 의정부지방법원 2022. 1. 18. 선고 2020노3001, 2021초기96 판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으며,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했습니다.
  •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 11. 26. 선고 2020고단1491, 1544(병합) 판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 1에게 징역 2년 6월, 피고인 2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쟁점

피해자가 피고인들과의 대화를 휴대전화로 녹음한 뒤 휴대전화의 녹음파일은 대부분 지우고, 복사·변환한 파일만 CD에 담아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건입니다. 원본과 직접 비교할 수 없는 녹음파일 사본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 그 원본 동일성을 무엇으로 증명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원심이 이 녹음파일을 증거에서 빼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 것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났는지도 함께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공소사실(검사의 주장)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고 주식대금 등 명목으로 수회에 걸쳐 합계 2억 7,000만 원의 현금을 받아 편취했다는 것입니다.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차용금 명목 현금 3,000만 원 편취와, 3,000만 원을 변제받았는데도 피해자를 사기죄로 고소한 무고도 기소되었습니다.
  • 피해자는 휴대전화로 피고인들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그 녹음파일들을 컴퓨터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복사·저장한 후 휴대전화에 있던 녹음파일들은 대부분 삭제했습니다. 일부는 다른 매체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mp3 파일로 변환하기도 했습니다.
  • 피해자는 그중 일부를 CD에 복사해 수사기관에 제출했고,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녹음된 음성이 피고인들의 것이고 복사·변환 과정에서 내용을 변경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 피고인들은 기망과 현금 수령 사실을 부인했고, 제1심에서는 녹음파일 모두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는 취지로 변소했습니다. 피고인 2는 원심에서 일부 대화자가 자신일 수 있지만 편집·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는 일부 파일의 음성이 피고인 2의 음성과 동일인의 것일 가능성이 있고, 일부 3gp 파일에서는 편집된 흔적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회신했습니다. 감정을 수행한 음성분석관은 3gp, m4a 파일을 편집한 뒤 다시 압축하는 과정은 일반인이 하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 원심의 감정촉탁에 따른 포렌식 분석에서 피해자 휴대전화의 삭제된 녹음파일 내용은 복원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3gp 파일 하나는 CD의 3gp 파일 하나와 해시값이 같았고, 그 녹음일시는 2018. 12. 31. 15:56경이었습니다.
피해자피고인들피고인 2수사기관현금 2억 7,000만 원교부 주장피해자를 사기죄로 고소녹음파일 사본 CD 제출
그림. 사건 관계(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1. 2020. 3. 25.대검찰청, 일부 파일에서 편집 흔적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회신
  2. 2020. 4. 13.대검찰청, 일부 파일 음성이 피고인 2와 동일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회신
  3. 2020. 11. 26.제1심, 공소사실 모두 유죄
  4. 2022. 1. 18.원심, 제1심판결 파기, 피고인들 각 무죄
  5. 2025. 2. 27.대법원, 원심판결 파기,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
그림. 사건 경과(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과 CD에 저장된 녹음파일 가운데 해시값이 일치하는 파일은 CD의 mp3 파일 1개뿐이고, 나머지는 비교할 원본파일이 현존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나머지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했고, 피해자 진술은 진술 번복, 피고인들의 알리바이, 기망 내용의 비현실성, 이례적인 현금거래 등을 들어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CD에 저장된 녹음파일 중 ‘(파일명 1 생략).mp3’를 제외한 나머지 녹음파일은 원본파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원본파일이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CD에 저장된 녹음파일 중 ‘(파일명 1 생략).mp3’를 제외한 나머지 녹음파일은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위 나머지 녹음파일을 녹취한 녹취록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제1심은 일부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으나, 원심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달리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녹음파일 사본의 증거능력과 원본 동일성 증명 방법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은 그 성질상 작성자나 진술자의 서명 또는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녹음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내용이 편집·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대화 내용을 직접 녹음한 원본이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 하고, 그러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사인(私人)이 복사한 녹음파일 사본을 증거로 제출한 경우 그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사본이라는 점은 해시(Hash)값 비교 등 원본과 사본의 직접 비교를 통해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원본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여 원본과 사본을 직접 비교할 수 없는 때에는 법원이 녹음파일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녹음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수사 및 공판 심리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본의 원본 동일성 증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은 원심이 증거능력을 부정한 녹음파일 가운데 피해자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파일과 해시값이 같은 CD의 3gp 파일 하나의 원본 동일성을 인정했습니다. 나머지 녹음파일도 피해자 진술,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일부는 원본 동일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보았고, 녹음파일에 피해자의 진술과 같은 내용이 녹음되어 있다면 그 내용은 유무죄 판단을 좌우할 수 있는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원심이 원본이 현존하지 않는다며 증거능력을 부정한 녹음파일 가운데 CD의 3gp 파일 하나는 피해자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파일과 해시값이 동일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보태어 보면 휴대전화의 파일을 2018. 12. 31. 15:56경 피고인 2와의 전화통화를 녹음한 원본파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파일의 원본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 나머지 녹음파일은 대응하는 원본파일이 삭제되어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녹음파일 생성에서부터 제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 관여한 피해자가 인위적 개작을 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일부 녹음파일에는 이에 부합하는 감정 결과와 감정인의 진술이 있습니다.
  • 피고인들은 막연히 부인했을 뿐 녹음파일의 어떤 부분이 편집·조작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변소한 바 없고, 기록상 편집·조작을 의심할 만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녹음파일에 피해자의 진술과 같은 내용이 녹음되어 있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은 물론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좌우할 수 있는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원본파일이 현존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본 동일성을 부정하고, 녹음파일 내용을 심리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 무죄로 판단한 것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녹음파일 사본의 원본 동일성 증명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 형사소송법 제307조: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삼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이 사건에서 증거에 의한 사실 인정의 기준이 되는 조문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308조: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는데, 이 조문이 자유심증주의를 정한 조문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313조: 피고인들이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하지 않은 대화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문제 된 이 사건에서 진술을 담은 서류 등의 증거능력과 관련된 조문입니다.

실무상 의미

  • 대법원은 해시값 비교 등 원본과 사본의 직접 비교를 원칙적인 증명 방법으로 보았습니다. 녹음파일을 증거로 쓰려는 사람은 녹음한 기기의 원본을 지우지 않고 보관해 두어야 그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 원본이 삭제되어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경우에도 사본이라는 사정만으로 증거능력이 곧바로 부정되지는 않고, 녹음·전달·보관에 관여한 사람의 진술, 검증·감정 결과, 수사 및 공판 심리의 경과 등을 종합해 판단될 수 있습니다.
  •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편집·조작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변소하지 않은 점을 판단 사정 중 하나로 들었으므로, 녹음파일 조작을 다투는 쪽은 어느 부분이 어떻게 편집·조작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 표시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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