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소비자
주원료가 다른 가습기살균제를 함께 쓰다 생긴 피해에서 각 제품의 제조·판매 관여자들을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을까요?
핵심정리
주원료가 서로 다른 가습기살균제를 함께 쓴 피해자들에 대하여, 대법원은 제조·판매 관여자들 사이에 의사의 연락이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없으면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12. 26. 선고 2024도1856 판결(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원심은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관여자인 이 사건 피고인들과 PHMG 등 성분 가습기살균제 관여자인 관련사건 피고인들이 과실범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 판단에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들의 유무죄는 대법원이 정하지 않았고,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합니다.
하급심
- 서울고등법원 2024. 1. 11. 선고 2021노134 판결: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13명에게 금고 2년부터 금고 4년까지의 형을 선고했습니다(그중 피고인 2명은 집행유예 4년).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12. 선고 2019고합142, 388(병합), 501(병합) 판결: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또는 천식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쟁점
피고인들이 관여한 제품과 다른 회사들이 만든 제품을 함께 쓴 피해자들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생긴 경우, 서로 협의한 적 없는 각 제품 관여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묶을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공동정범을 정한 형법 제30조의 「공동하여」 요건이 과실범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사실관계
- 피고인 13명은 CMIT/MIT를 주원료로 하는 가습기살균제 2종(그중 2명은 1종)의 제조·판매에 관여하면서, CMIT/MIT를 주원료로 사용하여도 인체에 무해한지 확인하는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 PHMG 등을 주원료로 하는 다른 가습기살균제의 제조·판매에 관여한 관련사건 피고인들은 안전성 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아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 공소사실의 피해자는 이 사건 제품 1종만 사용한 4명(단독사용 피해자들)과 PHMG 등 성분 제품을 함께 사용한 94명(복합사용 피해자들), 합계 98명입니다.
- 검사는 피고인들이 서로 공모하거나 관련사건 피고인들과도 공모하여, 각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중첩적·순차적으로 경합한 결과 피해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 검사는 2019. 2. 14. 피고인들을 기소했고, 관련사건 판결은 그보다 앞선 2018. 1. 25. 확정되었습니다.
- 2018. 1. 25.관련사건 피고인들 유죄판결 확정
- 2019. 2. 14.검사가 이 사건 피고인들 기소
- 2021. 1. 12.제1심, 피고인들 모두 무죄
- 2024. 1. 11.원심, 제1심판결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금고형 선고
- 2024. 12. 26.대법원, 원심판결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품마다 기여 정도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과 형사정책적 목적을 들어 가습기살균제 관여자들 모두에게 공동의 주의의무를 인정했습니다. 피고인들 측이 PHMG 또는 PGH와 CMIT/MIT는 물리화학적 특성이 다르다고 다툰 것에 대해서는, 제조업자들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성분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성분 차이를 알고 구매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복수의 제조업자가 동일한 유형의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소비자가 시중에 유통되는 여러 종류의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으므로 위 각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개발·제조·판매에 관여한 사람들 모두가 공동의 주의의무와 인식 아래 업무상과실로 결함 있는 가습기살균제를 각각 제조·판매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 결함으로 그중 두 종류 이상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면, 이들 중 특정 피해자가 중복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들의 제조·판매에 관하여 업무상과실이 있는 사람들 간에는 해당 피해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제1심은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원심은 공동정범을 먼저 인정한 뒤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요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형법 제30조에서 정한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의 ‘죄’에는 고의범뿐만 아니라 과실범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과실범의 경우에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으나, 의사의 연락이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없었다면 ‘공동하여’ 죄를 범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어떠한 제품이 개발·출시된 후 경쟁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대체 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하는 것은 당연히 예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제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 제품에 독자적 결함 내지 하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정이나, 자신의 제품의 결함 내지 하자와 상대방 제품의 독자적 결함 내지 하자가 누적·결합되어 소비자들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는 없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피고인들과 관련사건 피고인들 사이에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더라도, 양측은 서로 간의 협력이나 의견교환 없이 각자 소속 회사 등에서 맡은 지위, 역할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개발·출시 또는 제조·판매에 관여했을 뿐입니다.
- PHMG 등과 CMIT/MIT는 성분,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하여 개발·출시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관련사건 피고인들과 이 사건 피고인들이 각각 제조·판매에 관여한 가습기살균제는 용도나 용법이 동일할 뿐 주원료 등 주요 요소가 전혀 달라, 결함의 누적·결합으로 사망 또는 상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거나 묵시적 의사연락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원심이 든 형사정책적 목적, 소비자들이 주원료의 차이를 알고 구매하기 어려웠다는 사정 등은 양측의 인식 내지 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사정만으로 공동정범을 인정하면 상품 제조·판매자들 등에 대한 성립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이 공동정범을 전제로 공소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했고,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원심판결 중 복합사용 피해자들에 관한 부분 등이 파기되어야 하고, 단독사용 피해자들에 관한 부분 등도 이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와 검사의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82. 6. 8. 선고 82도781 판결: 과실범에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으나 의사의 연락이나 공동의 인식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1994. 3. 22. 선고 94도35 판결: 같은 법리, 곧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없으면 「공동하여」 죄를 범했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 요건에 관한 위 법리의 근거로 함께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30조: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의 해석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 요건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구 형법 제268조: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처벌 조문입니다.
실무상 의미
- 같은 용도의 제품이라도 주원료 등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제품을 각자 독자적으로 만든 사람들 사이에는, 의사의 연락이나 공동의 인식이 없으면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 대법원은 다른 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동일·유사하거나 일부 개량한 제품을 개발·출시하여 소비자들이 함께 사용하고, 그 제품들의 공통된 결함이나 하자가 누적·결합되어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명시적인 의사의 연락이 없었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공동의 인식이나 묵시적인 의사의 연락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 이 판결은 파기환송이어서 피고인들의 책임 유무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환송 후 원심에서는 피고인들 각자의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 결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등이 다시 심리됩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12. 26. 선고 2024도1856 판결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 [공2025상,438]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4. 1. 11. 선고 2021노134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