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유언/상속/신탁
부친과 조부모의 유골을 불태워 묻은 사람에게 제사주재자가 아닌 자녀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핵심정리
분묘를 파헤쳐 유골을 불태워 묻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추모감정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어 정신적 고통을 입은 사람은 제사주재자가 아니어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원심판결 중 위자료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3다283401 판결(손해배상(기))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위자료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했으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묘지조성비와 대체묘지구입비 상당의 손해가 원고에게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원심 판단은 수긍했으므로 이 부분은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위자료 청구 부분은 원심 판단을 잘못이라고 보았고, 위자료를 인정할지와 그 액수는 환송 후 원심에서 다시 심리·판단합니다.
하급심
- 춘천지방법원 2023. 9. 14. 선고 2023나30007 판결: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 춘천지방법원 2022. 12. 14. 선고 2020가단1922 판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쟁점
타인이 조상의 분묘를 발굴하고 유골을 훼손했을 때, 분묘의 관리처분권자인 제사주재자가 아닌 자녀나 손자녀도 그 사람을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민법 제751조의 위자료 청구와 민법 제1008조의3의 제사주재자 지위의 관계가 다투어졌습니다.
사실관계
- 이 사건 각 분묘는 원고의 조부모, 원고의 부친과 부친의 배우자 등 4명의 분묘입니다. 원고는 부친이 두 번째 배우자와 사이에 둔 자녀이고, 제사주재자는 부친의 장남의 장남인 종손입니다.
- 피고 2와 피고 1의 아들(이하 피고 2 등이라 합니다)은 분묘가 있던 임야를 개발할 목적으로 2018. 7. 23. 종손으로부터 묘지이장 이행각서를 받았습니다.
- 피고 2 등은 2018. 10. 3. 분묘를 파헤치고 유골 4구를 꺼내 그 자리에서 양철통에 담은 후 가스분사기로 불에 태운 다음 분묘 입구 쪽 땅에 묻었습니다.
- 피고 1의 아들은 2019. 9. 5. 사망했고, 모친인 피고 1이 단독상속인입니다.
- 피고 2는 2020. 5. 28. 분묘발굴유골손괴죄 및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묘지조성비와 대체묘지구입비 상당의 손해와 위자료를 청구했고, 항소심에서 구한 금액은 82,180,000원과 지연손해금입니다.
- 2018. 7. 23.종손이 묘지이장 이행각서를 써 줌
- 2018. 10. 3.분묘 발굴, 유골 4구 소각 후 매장
- 2020. 5. 28.피고 2 유죄판결(확정)
- 2022. 12. 14.제1심, 원고 청구 받아들이지 않음
- 2023. 9. 14.원심, 원고 항소 기각
- 2025. 3. 27.대법원, 위자료 청구 부분 파기환송, 나머지 상고기각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일부 고치거나 추가하는 것 외에는 그대로 인용하여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의 항소이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 다르지 않고, 제출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다시 살펴보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원심은 이 사건 각 분묘의 관리처분권자인 제사주재자는 종손이고 원고는 제사주재자가 아니므로 원고에게 피고들의 분묘와 유골 훼손 행위에 관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심은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의 새로운 법리가 그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분묘 발굴과 유골 훼손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분묘를 발굴하거나 유체·유골을 훼손하는 행위가 있었고 그러한 행위가 어떤 사람의 추모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사람은 분묘를 발굴하거나 유체·유골을 훼손한 사람을 상대로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분묘의 관리처분권자인 제사주재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분묘 발굴, 유체·유골 훼손 행위가 어떤 사람의 추모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였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그 행위자가 분묘 발굴 또는 유체·유골의 처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분묘 발굴 또는 유체·유골의 처리가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추모감정 등의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과 망인 사이의 친족관계 또는 생전 생활관계, 평소 분묘 등의 관리상황, 분묘나 유체·유골의 손상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위자료 청구권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 분묘에 안치된 망인들 가운데 원고의 부친과 조부모가 있습니다.
- 원고는 분묘를 벌초하고 제사를 봉행하면서 실질적으로 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제사주재자인 종손이 분묘를 실제 관리했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 피고 2 등은 임야를 개발할 목적으로 제사주재자로부터 임야 소유자가 이장을 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받은 다음 분묘를 발굴했습니다.
- 피고 2 등은 유골을 한꺼번에 양철통에 담아 불로 태운 다음 땅에 묻었고, 유골이 소실되거나 혼재되어 구분이 불가능하게 되는 등 불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했습니다.
- 대법원은 피고 2 등이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유골을 처리하여 훼손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묘지조성비와 대체묘지구입비 상당의 손해가 원고에게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원심 판단은 수긍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이 유골 훼손과 관련한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심리하지 않은 채 원고가 제사주재자가 아니므로 위자료 청구도 인정될 수 없다고 단정한 것은 위자료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위자료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했으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751조: 원고가 분묘 발굴과 유골 훼손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청구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민법 제1008조의3: 제사주재자의 지위와 관련된 조문으로, 대법원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이 분묘의 관리처분권자인 제사주재자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상 의미
- 분묘 발굴이나 유골 훼손으로 추모감정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어 정신적 고통을 입은 사람은 제사주재자가 아니어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인정 여부는 행위의 경위와 동기, 처리 방법, 망인과의 친족관계 또는 생전 생활관계, 분묘 관리상황, 손상상태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 이 사건에서 묘지조성비와 대체묘지구입비 같은 재산상 손해는 제사주재자가 아닌 원고에게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보았으므로,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는 나누어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개발 등을 위해 분묘를 옮기려는 쪽은 제사주재자로부터 이장 각서를 받았더라도, 유골을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처리하면 분묘를 실제로 관리해 온 다른 후손에 대한 위자료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3다283401 판결 [손해배상(기)] [공2025상,763]
- 원심: 춘천지방법원 2023. 9. 14. 선고 2023나30007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