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농지/농지법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로 토지를 취득하게 한 공직자에 대한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별도 성립 여부
핵심정리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배우자 명의로 토지 지분을 취득하고 지인들도 취득하게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죄만 성립하고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피고인·검사·참가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도16239 판결(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위반·농지법위반·공무상비밀누설)
대법원은 피고인, 검사, 참가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심판결은 구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2021. 5. 18. 법률 제18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죄로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토지 3필지를 몰수했습니다. 같은 원심판결은 농지법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고, 상고기각으로 이 원심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공무상비밀누설죄가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같은 취지로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하급심
- 서울고등법원 2024. 10. 8. 선고 2024노228 판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토지 3필지를 몰수했으며, 농지법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 중앙지역군사법원 2023. 12. 27. 선고 2023고31 판결: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쟁점
군 부대 지휘관인 피고인이 업무처리 중 알게 된 개발계획을 배우자와 지인들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배우자와 지인들은 그 계획의 개발예정지 인근 토지를 사들였습니다. 이 하나의 사실을 두고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86조 제1항, 제7조의2 위반죄와 형법 제127조의 공무상비밀누설죄가 각각 성립하는지, 한 죄만 성립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피고인은 군 부대의 근무지원단장으로 재직하면서 LH와 위탁개발 방식으로 부대 시설을 개선하는 종합발전계획(안) 업무를 총괄했고, 이 계획(안)은 2020. 12.경 완성되었습니다.
- 계획(안)에는 군사시설과 관사의 재배치, 군·LH 공공분양주택 개발, 사업면적과 구역 등 대규모 택지 개발에 관한 정보가 담겼습니다. 관련 문서는 비공개 문건으로 처리되었습니다.
- 원심은 다음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피고인, 피고인의 배우자, 지인들(이 사건 참가인 4명)이 이 정보를 이용해 개발예정지 인근 토지를 매입하여 시세차익을 실현하기로 했고, 피고인은 배우자 명의로 참여하기로 공모했습니다.
- 배우자와 참가인 3명은 2020. 12. 8. 전 1필지를 매매대금 398,000,000원, 소유지분 각 1/4씩으로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0. 12. 21. 첫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1. 1. 12.까지 총 3회에 걸쳐 토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 군검사는 피고인을 세 가지 죄명으로 기소했습니다. 구 부패방지권익위법위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는 농지법위반,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공무상비밀누설입니다.
- 2020. 12.경종합발전계획(안) 완성
- 2020. 12. 8.전 1필지 매매계약 체결
- 2020. 12. 21.~
2021. 1. 12. 총 3회 소유권이전등기 - 2023. 12. 27.제1심 유죄, 징역 2년·집행유예 4년
- 2024. 10. 8.원심 제1심판결 파기, 공무상비밀누설·농지법위반 무죄
- 2025. 5. 15.대법원 상고기각
원심의 판단
제1심은 구 부패방지권익위법위반죄와 공무상비밀누설죄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원심은 이 부분을 직권으로 살펴, 제1심이 두 죄를 함께 인정한 것은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두 범죄사실이 피고인이 종합발전계획을 제3자에게 알려 주었다는 사실을 공통으로 포함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원심은 두 범죄사실이 공직자인 피고인이 종합발전계획을 배우자와 참가인 등 제3자에게 알려 주었다는 공통된 사실을 포함한다고 보고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는 형법 제127조 소정의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면서도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재물 등의 취득을 금지하는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7조의2 위반죄의 구성요건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로서, 이와 같은 경우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7조의2 위반죄에 흡수되어 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판시 구 부패방지권익위법위반죄와 별도로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농지법위반 부분도 무죄로 보았습니다. 토지에 멀칭이 되어 있거나 농작물을 경작한 정황, 피고인 측이 제출한 농사 사진 등에 비추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제1심은 공무상비밀누설과 농지법위반 부분까지 유죄로 보아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원심은 이 두 부분을 무죄로 하고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86조 제1항 위반죄와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관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란 어느 구성요건이 다른 구성요건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외에 다른 요소를 구비하여야 성립하는 경우로서, 특별관계에 있어서 특별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만 반대로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특별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법조경합은 1개의 행위가 외관상 수 개의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1죄만을 구성하는 경우를 말하며, 실질적으로 1죄인가 또는 수죄인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위 양 죄를 비교하면, 전자의 죄는 후자의 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외에 추가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야 성립하고, 위 양 죄를 별죄로 보아야 할 만큼 그 보호법익에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즉, 위 양 죄는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에 있으므로,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경우에는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86조 제1항 위반죄만이 성립하고, 별도로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두 죄가 특별관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7조의2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같은 법 제86조 제1항은 이를 위반한 공직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합니다.
- 앞의 죄는 뒤의 죄의 구성요건에 더해 재물 등의 취득이라는 요소를 갖추어야 성립합니다. 두 죄의 보호법익에 별죄로 볼 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이 정당하고, 검사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한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그 밖의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검사는 농지법위반 부분 등에 대한 원심의 무죄 판단을 다투었고, 피고인과 참가인들은 압수·수색영장과 몰수 등에 관한 판단을 다투었습니다. 압수에 관하여 대법원은, 압수·수색영장에서 특별히 제한하지 않는 이상 군인, 군무원 등이 아닌 사람이 소유·소지·보관하는 물건도 범죄 혐의사실과의 관련성과 압수할 필요성이 인정되면 군사법원법상 압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도6033 판결: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의 의미에 관한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1도1429 판결: 실질적으로 1죄인지 수죄인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127조: 제1심이 따로 유죄로 인정한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처벌 조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이 죄가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구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7조의2: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등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취득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문입니다. 현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14조 제1항에 해당합니다.
- 구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86조 제1항: 제7조의2 위반을 처벌하는 조문으로, 피고인에게 유죄로 인정된 죄입니다. 현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27조 제1항에 해당합니다.
- 군사법원법 제258조, 제146조 제1항: 압수의 대상을 정한 조문입니다. 군인 등이 아닌 사람이 가진 물건도 압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등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취득하게 한 경우, 대법원은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86조 제1항 위반죄만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아 무죄가 되었고, 이 사건 피고인에게는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86조 제1항 위반죄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되었습니다.
- 원심은 재물을 취득하면서 대가를 지급했더라도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물 자체를 몰수한다고 보아, 몰수 대상이 이득 상당액이라는 참가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 명의로 취득한 지분은 사회통념상 피고인이 직접 취득한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으로부터도 몰수했고, 대법원은 원심의 몰수 판단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 원심은 지가 상승을 기대하는 대화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농업경영의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실제 경작 정황 등을 들어 농지법위반을 무죄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다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도16239 판결 [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위반·농지법위반·공무상비밀누설] [공2025하,1111]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4. 10. 8. 선고 2024노228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