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임금체불/부당해고/산재
위탁계약 해지 합의 후 3년이 지나 청구한 퇴직금에 대한 소멸시효 주장의 권리남용 여부
핵심정리
장례지도사들이 회사와 위탁계약 해지를 합의한 때부터 3년이 지나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회사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권리남용이라고 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퇴직금)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원고들이 피고 소속으로 일한 기간 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은 수긍했습니다. 다만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고,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에 대한 최종 결론은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됩니다.
하급심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4. 8. 28. 선고 2022나2049800 판결: 항소심에서 추가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변경하고, 피고에게 원고 10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법정 퇴직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했으며, 원고 10의 청구와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 제1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11. 11. 선고 2021가합108637 판결: 원심 판결 원문에는 원고들이 이 판결의 취소를 구하며 항소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쟁점
원고들은 피고와 맺은 위탁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한 날부터 3년이 지난 뒤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구했고, 피고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에서 정한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했습니다. 피고가 해지 합의 당시 퇴직금에 관하여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았는데도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피고는 장례업, 장례비품 도소매 및 대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장례지도사들입니다.
- 원고들은 피고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2015. 11. 20.경까지 피고 지역본부에서 ‘의전팀장’으로 불리면서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 피고가 장례의전 업무를 다른 회사(이하 소외 회사)에 위탁하기로 함에 따라, 원고들은 2015. 11. 21. 피고와 위탁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원고들은 같은 날 소외 회사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의전팀장으로 같은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 해지 합의 당시 피고는 원고들뿐만 아니라 같은 지위의 다른 장례지도사들에게도 퇴직금 지급에 관한 고지나 안내, 퇴직금 정산 조치 등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 같은 지위의 일부 장례지도사들은 2016. 7. 21.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7. 4. 14. 제1심에서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받았고, 피고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그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 원고들은 2021. 6. 25. 이 사건 소를 제기했고, 피고는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항변했습니다.
- 2015. 11. 21.피고와 해지 합의, 같은 날 소외 회사와 위탁계약
- 2016. 7. 21.일부 장례지도사들이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소 제기
- 2017. 4. 14.그 사건 제1심 전부 승소 판결
- 2021. 6. 25.원고들이 이 사건 소 제기
- 원심소멸시효 항변 배척, 퇴직금 일부 인용
- 2025. 5. 29.대법원, 피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 10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피고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해지 합의일인 2015. 11. 21.경까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다고 보았고, 소외 회사에서 일한 기간까지 피고의 근로자였다는 주장과 파견법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소멸시효 항변에 관하여는 원고들이 소속이 바뀐 뒤에도 같은 업무를 계속한 점, 피고가 퇴직금에 관하여 안내를 하지 않은 점,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을 들어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그 사정 가운데 하나로 다음과 같이 보았습니다.
나머지 원고들로서는 향후 소외 회사에서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근무하다가 최종적으로 퇴직할 때에 피고가 이 사건 해지 합의 이전의 근무기간까지 합한 전체 근무기간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해 줄 것으로 신뢰하였다고 보는 것이 사회경험칙에 부합하는 점
원심은 원고 10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항소심에서 새로 추가한 피고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청구를 인정 범위 안에서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변경했고, 원고 10의 청구와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다만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에 의한 법원칙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원고들이 소외 회사로 소속이 바뀐 뒤에도 같은 업무를 계속했다거나 피고가 해지 합의 당시 퇴직금 지급에 관한 고지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는 같은 지위의 다른 장례지도사들에게도 퇴직금에 관한 고지나 안내, 정산 조치 등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 같은 지위의 일부 장례지도사들이 2017. 4. 14. 제1심 승소 판결을 선고받은 무렵에는 원고들도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하였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에 따라 원고들은 해지 합의 후 3년 이내에 퇴직금 청구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가 시효완성 후 시효 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다른 채권자들과 달리 원고들에게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거나 같은 처지의 다른 장례지도사들이 시효완성 후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퇴직금 지급 거절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소속으로 근무하는 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에는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소멸시효 완성 주장의 신의칙 위반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관한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면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위 2004다71881 판결과 함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의 신의칙 위반 평가에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2조: 소멸시효 항변권 행사도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판단의 근거가 된 조문입니다.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 퇴직금 청구권에 3년의 소멸시효를 정한 조문으로, 피고는 이 조문에 따라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항변했습니다.
실무상 의미
-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위탁계약 형식으로 일했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었지만, 퇴직금 청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의 3년 소멸시효 문제로 다투어졌습니다. 위탁계약 형식으로 일한 사람이 근로자임을 전제로 퇴직금을 청구하려면, 소속 회사만 바뀌어 같은 업무를 계속하더라도 종전 회사와의 계약이 끝난 때(퇴직일)부터 3년 안에 종전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대법원은 원고들이 소속만 바뀌어 같은 업무를 계속했다거나 회사가 해지 합의 당시 퇴직금 지급에 관한 고지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회사가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들이 소송에서 승소한 사정은, 그 무렵 자신의 청구권 발생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 [퇴직금] [공2025하,1138]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4. 8. 28. 선고 2022나2049800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