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가압류/가처분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고시문이 붙은 땅의 컨테이너를 사들여 점유하면 공무상표시무효죄가 될까요?
핵심정리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고시문이 붙은 토지에서 가처분 채무자의 컨테이너를 매수해 점유를 일부 이전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대법원은 가처분 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4도6213 판결(공무상표시무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공무상표시무효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유죄 여부를 직접 정하지 않았고, 환송 후 대전지방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합니다.
하급심
- 대전지방법원 2024. 4. 3. 선고 2022노3509 판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 대전지방법원 2022. 12. 1. 선고 2020고정651 판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원의 형을 선고했습니다.
쟁점
토지에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집행되어 고시문이 붙은 뒤, 가처분 채무자로부터 컨테이너를 사들여 토지를 점유한 사람이 가처분 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한 것인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가처분 채무자와 공모하였다고 보아 형법 제140조 제1항, 제30조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이 가처분 채권자와 동업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피고인에게 점유를 넘긴 것을 가처분 채권자에 대한 인도의무 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도 다투어졌습니다.
사실관계
- 피고인은 다른 3명과 공동 투자하여 2017. 6. 26. 토지 4필지를 그중 한 사람인 고소인 명의로 경락받았고, 고소인 명의로 2017. 8. 9.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 유치권자는 2014. 1. 20.경부터 토지 출입구에 5t 화물차를 주차하고 그 위에 자기 컨테이너를 올려 직원에게 관리하게 하는 방법으로 토지를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해 왔습니다.
- 고소인은 2017. 8. 18.경 유치권자를 채무자로 하는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았고, 집행관은 2017. 8. 30. 점유 이전을 금지하는 취지의 고시문을 컨테이너에 부착했습니다. 고소인이 2017. 11. 29. 받은 인도명령은 2018. 9. 18. 확정되었습니다.
- 피고인이 2018. 1. 31. 고소인을 대리해 유치권자와 유치권 철회(포기) 합의각서를 작성하자 고소인은 피고인을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했고, 이후 분쟁이 계속되다가 고소인은 2018. 8. 17. 피고인에게 동업약정 해소에 따른 정산금 명목으로 4,502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 피고인은 2018. 3.경 유치권자에게 컨테이너를 인수하여 고소인의 권리행사를 막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고, 유치권자는 유치권 행사가 끝나면 컨테이너를 매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유치권자가 스스로 컨테이너를 치우기로 한 2018. 10. 10. 피고인은 현장에 가서 컨테이너를 150만 원에 매수해 토지에 놓아두었고, 그 직후 컨테이너에 자신이 점유자임을 나타내는 문구를 표시했습니다.
- 2017. 8. 30.집행관이 컨테이너에 가처분 고시문 부착
- 2018. 8. 17.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정산금 4,502만 원 지급
- 2018. 10. 10.피고인이 컨테이너를 매수해 토지에 놓아둠
- 제1심유죄, 벌금 300만원
- 원심제1심판결 파기, 무죄
- 대법원원심판결 파기, 대전지방법원에 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과 고소인 등 동업자들이 조합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유치권자가 조합원인 피고인에게 점유를 넘긴 것은 가처분으로 보전하려던 부동산 인도청구권을 실현하는 채무의 이행 내지 변제행위라고 보았습니다. 또 유치권자가 컨테이너라는 동산을 판 것은 그 물건의 점유를 넘겨준 것일 뿐이고, 피고인은 조합원으로서 따로 점유를 시작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이 유치권자와 점유 이전을 공모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별다른 증거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아래 인용문의 공소외 4는 유치권자를 가리킵니다.
공소외 4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기 위하여 사용하고 있던 컨테이너를 피고인이 매입하여 그것을 이 사건 부동산의 어딘가에 놓아두는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개시한다면, 그것은 피고인이 공소외 4의 점유를 이전받거나 승계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새로운 점유를 시작한 것일 뿐이다.
제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원심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고시문이 붙은 뒤의 점유 이전과 공무상표시무효죄의 관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아래 두 번째 인용문의 공소외 1은 고소인을 가리킵니다.
집행관이 부동산에 관하여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집행하면서 ‘채무자는 점유를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등의 집행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고시문을 부동산에 부착한 이후에 가처분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고시문의 효력을 사실상 없애버리는 행위이므로 공무상표시무효죄에 해당한다.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의 채권자는 공소외 1이고 피보전권리는 공소외 1이 소유권에 기하여 보유하는 부동산 인도청구권이므로, 그 인도청구권의 이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외 1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 등을 들어 피고인이 유치권자로부터 점유를 일부 이전받음으로써 가처분 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은 컨테이너를 매수하기 약 7개월 전에 고소인의 권리행사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를 매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유치권자가 스스로 컨테이너를 치우기로 한 날 현장에 가서 매수하고 점유를 개시했습니다.
- 피고인은 컨테이너를 인도받은 당일 자신이 점유자임을 나타내는 문구를 표시해, 유치권자가 점유하던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토지를 점유했습니다. 집행관은 2018. 11. 7. 컨테이너를 보고 피고인이 점유하고 있다고 판단해 인도명령을 집행하지 못했고, 고소인은 피고인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받아 다시 집행했습니다.
- 고소인이 2018. 8. 17. 정산금을 지급했을 무렵 동업자 조합은 해산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적어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점유 이전은 고소인의 의사에 반했고 피고인이 고소인과 사전에 논의한 사실도 없으며, 피고인은 점유를 개시한 뒤 고소인을 배제한 배타적인 점유를 주장했습니다.
- 조합원으로서 인도청구권을 이행받는 것인데도 150만 원을 주고 컨테이너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점유를 이전받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공무상표시무효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원심이 든 두 이유, 곧 조합원에 대한 변제행위라는 판단과 피고인이 따로 점유를 시작했다는 판단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도20322 판결: 공무상표시무효죄가 구체적인 강제처분의 표시의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1980. 12. 23. 선고 80도1963 판결: 가처분 고시문 부착 뒤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점유를 이전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무상표시무효죄에 해당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도8238 판결: 위 80도1963 판결과 같은 법리의 근거로 함께 들었습니다.
-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21098 판결: 조합원 사이의 반목·불화로 신뢰관계가 파괴된 경우도 조합 해산사유인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140조 제1항: 피고인의 행위가 가처분 집행 표시의 효용을 해한 것인지 판단하는 공무상표시무효죄의 근거 조문입니다.
- 형법 제30조: 피고인이 가처분 채무자인 유치권자와 공모하였다는 공소사실의 근거가 된 조문입니다.
- 민법 제720조: 정산금 지급 무렵 동업자 조합이 해산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 쓰였습니다.
실무상 의미
-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고시문이 붙은 부동산에서 채무자의 점유를 넘겨받는 사람도, 채무자와 공모하였다면 공무상표시무효죄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전 연락하에 가처분 채무자로부터 컨테이너를 매수하여 가처분 채무자가 종전에 부동산을 점유하던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부동산을 점유한 점 등에 비추어, 컨테이너를 매수하여 부동산에 놓아두는 방법으로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일부 이전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가처분 채권자와 동업 관계에 있더라도, 채권자의 의사에 반하고 동업 관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던 상황 등에서는 점유 이전을 인도의무의 이행이나 변제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4도6213 판결 [공무상표시무효] [공2026상,187]
- 원심: 대전지방법원 2024. 4. 3. 선고 2022노3509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