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교통사고/보험/후유장애
리콜 통지를 받고도 수리하지 않은 차량에서 주차 중 불이 나 건물이 탔다면 차량 소유자가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할까요?
핵심정리
리콜 통지를 받고 3개월 넘게 응하지 않은 차량에서 주차 중 불이 나 건물 등이 탄 사안에서, 대법원은 하자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수긍했으나 소유자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않은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2다233713 판결(구상금)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차량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는 원심 판단과 화재가 자동차보험의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은 수긍했으나, 피고들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책임제한의 비율 등은 대법원이 정하지 않았고, 환송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게 됩니다.
하급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4. 14. 선고 2021나19896 판결: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 일부를 취소하고,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114,927,000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24. 선고 2019가단5181631 판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원고가 항소했습니다.
쟁점
리콜 대상 결함을 시정하지 않은 차량에서 주차 중 화재가 나 오피스텔 건물 등이 탄 경우, 차량 소유자가 민법 제758조 제1항의 공작물책임을 지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나아가 공작물책임은 소유자에게 과실이 없어도 지우는 무과실책임인데, 이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 부담을 이유로 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지, 건물 측의 부주의를 과실상계(민법 제396조)로 참작할 수 있는지가 다투어졌습니다.
사실관계
- 피고 1은 오피스텔 건물의 거주자로서 2009. 1. 16. 제작된 차량의 소유자입니다. 다른 피고는 이 차량의 자동차보험회사이고, 원고는 이 건물의 주택화재보험회사입니다.
- 차량 제작사는 ABS 모듈 전원부에 오일 또는 수분 등이 장기간에 걸쳐 미세 유입되어 전원부 쇼트가 발생하는 제작결함을 인정하고 2018. 1. 4.부터 리콜을 실시했습니다. 차량 소유자는 그 무렵 통지문을 받았고, 통지문에는 「모듈 내부 전기적 쇼트로 엔진룸 소손되어 화재 발생 가능성」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 차량 소유자는 리콜에 응하지 않던 중 2018. 4. 27. 03:00경 건물에 부속된 기계식 주차타워에 차량을 주차했고, 같은 날 11:09경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되고 건물 등이 소훼되었습니다.
- 관할 소방서는 발화요인을 식별할 수 없어 미상 처리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BS 모듈 내부 전원배선에서 발화원인으로 작용 가능한 단락흔이 식별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 원고는 피보험자에게 2018. 7. 2. 57,397,000원, 2018. 7. 12. 57,530,000원 등 합계 114,927,000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차량 소유자와 자동차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했습니다.
- 2018. 1. 4.제작사 리콜 실시, 차량 소유자는 그 무렵 통지문 받음
- 2018. 4. 27.03:00경 주차타워에 주차, 11:09경 차량 화재
- 2018. 7. 2., 2018. 7. 12.원고가 보험금 합계 114,927,000원 지급
- 2021. 2. 24.제1심, 원고 청구 받아들이지 않음
- 2022. 4. 14.원심, 피고들이 연대하여 114,927,000원 등 지급하라고 판결
- 2026. 1. 8.대법원,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 파기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차량이 2017. 1. 16.경 이미 누적 주행거리가 10만km를 넘은 노후 차량이고, ABS 제어모듈은 시동을 끄더라도 전원이 계속 공급되며, 차량 소유자가 통지문으로 화재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정 등을 종합해 차량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작사의 제조상 하자가 화재의 원인이 되었더라도 이는 소유자가 배상 후 제작사에 구상권을 행사할 사유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차량 소유자는 건물 측이 주차설비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고 배상액이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배상액 경감을 주장했으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피보험자가 이 사건 건물의 주차설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 보험회사에 대하여 피고 1과 연대하여 책임을 인정하는 이상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인지를 고려하여 배상액을 경감할 이유가 없다.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원심은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결론을 달리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범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책임제한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은 민법 제758조 제1항이 공작물 소유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운 것은 현대 사회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보면서도, 그 한계를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입법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공작물 소유자에게 예외 없이 모든 손해를 배상할 무과실책임을 지운다면 손해의 공평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복잡다기한 기술이 집약되어 만들어진 공작물의 경우, 그 소유자가 해당 공작물의 구조 및 작동원리와 그로 인한 위험성, 위험성이 현실화하여 발생할 수 있는 손해의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 등을 들어 차량 소유자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않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 차량 소유자가 발화지점인 ABS 모듈의 구조와 위험성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통지문에는 화재 발생 가능성만 언급되어 있었을 뿐 주차 상태에서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 통지문에 시정조치기간의 종기가 없었고 당시 구 자동차관리법령도 소유자에게 시정조치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으므로, 화재의 주된 원인은 제작결함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제조회사의 제작 과정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 2017. 1. 16. 기준 연평균 주행거리가 약 13,200km여서 비정상적으로 주행거리가 많다고 보기 어렵고, 리콜 대상 차량들 중에서 연식이 오래되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 화재 전 정기 종합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경고등 점등 등 위험성이 높아져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며, 화재 당일 정상적인 방법으로 주차했습니다.
- 주차타워는 차량 화재 피해에 취약한 구조이고 스프링클러의 물이 발화점까지 침투되지 못해 손해가 확대된 것으로 보여, 주차타워를 관리하며 이익을 얻어 온 원고의 피보험자에게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리콜 통지 후 3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정 등을 종합해 하자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수긍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고,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화재가 자동차보험 약관상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다투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24726 판결: 책임제한 비율은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다246834 판결: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위험책임 법리에 근거해 공작물 소유자에게 무과실책임을 부과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다714 판결: 공작물이 인공적 작업에 의하여 제작된 물건을 뜻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다8125 판결: 과실상계에서의 과실은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킨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758조 제1항: 차량을 공작물로 보아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생긴 화재 손해에 대한 소유자의 배상책임 근거가 되었습니다.
- 민법 제396조: 원고의 피보험자에게 손해 확대에 기여한 부주의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 이를 배상액에 참작할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상법 제682조 제1항: 보험금을 지급한 원고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구상금을 청구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 상법 제724조 제2항: 원심이 자동차보험회사가 차량 소유자와 연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본 근거가 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이 사건에서 법원은 리콜 통지를 받고 3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정 등을 종합해 차량에 설치·보존상의 하자를 인정했습니다. 리콜 통지를 받은 차량 소유자는 시정조치를 미룬 기간이 하자 판단의 사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 공작물책임이 무과실책임이라도 소유자가 위험성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사정, 제작결함이 주된 원인일 가능성, 피해자 측의 부주의 등은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책임을 다투는 쪽은 이런 사정을 구체적인 자료로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주차타워가 차량 화재 피해에 취약한 구조이고 스프링클러의 물이 발화점까지 침투되지 못해 초기 진화에 실패하여 손해가 확대된 것으로 보이는 사정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차타워를 관리하며 이익을 얻어 온 원고의 피보험자에게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있었고, 그 부주의가 손해 확대에 기여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2다233713 판결 [구상금] [공2026상,363]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4. 14. 선고 2021나19896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