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사기
첫 공판기일 전에 미리 한 증인신문 기록도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핵심정리
제1회 공판기일 전 실체 심리를 위한 증인신문은 위법하지만, 당사자들이 절차와 조서 증거조사에 명시적으로 동의하고 이후 이의 없음을 명시했다면 방어권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하자가 치유되어 유죄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대법원은 보았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5도10184 판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제1심이 제1회 공판기일 전에 증인신문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 위법은 치유되었다고 보아, 그 증인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은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급심
- 부산고등법원 2025. 6. 12. 선고 2024노366 판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 부산지방법원 2024. 7. 23. 선고 2024고합48 판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쟁점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공판기일에 나오기로 한 증인이 출석할 수 없게 되자, 제1심법원은 제1회 공판기일 전에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어 그 증인을 신문했습니다. 공판준비절차에서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을 정한 형사소송법 제266조의9 제1항,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을 정한 제273조 제1항에 비추어 이러한 증인신문이 허용되는지,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고인, 피해자, 공소외인이 함께 상가 등 신축사업에 공동투자하여 지분과 수익을 나눌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2017. 8. 11.부터 2018. 8. 2.까지 총 20억 원을 송금받았다는 것입니다.
-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자 제1심법원은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했고, 제4회 공판준비기일까지 증거신청과 증인신문 순서 등을 협의한 뒤 2024. 6. 18. 공판준비기일을 종결했습니다.
- 공판기일에 증인신문이 예정된 공소외인이 출석할 수 없게 되자, 제1심법원은 공판준비기일을 재개하여 2024. 7. 8. 공개된 법정에서 제5회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주신문과 반대신문을 진행했습니다. 제1심법원은 공판기일에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는 방법으로 증인신문조서를 증거조사하겠다고 고지했고, 소송관계인은 이의가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 2024. 7. 22. 제1회, 2024. 7. 23. 제2회 공판기일이 열렸고, 제2회 공판기일에 배심원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위 증인신문 영상을 재생·시청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 피고인과 변호인은 제1심에서 증거조사 결과에 별 의견이 없다고 진술했고,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 2017. 8. 11.~
2018. 8. 2. 피해자가 총 20억 원 송금(공소사실) - 2024. 6. 18.제1심 공판준비기일 종결
- 2024. 7. 8.재개된 제5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외인 증인신문
- 2024. 7. 23.제2회 공판기일에 증인신문 영상 재생, 같은 날 제1심 징역 3년
- 2025. 6. 12.원심,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 모두 기각
- 2026. 2. 12.대법원, 상고기각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공동투자자로 함께 사업을 하던 다른 사람들과 지분을 나누기로 정해 두었고 그들이 피해자의 지분 취득에 반대한 점, 피해자에게서 받은 20억 원이 다른 투자자와 직원들에 대한 변제 명목으로 사용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지분을 이전할 의사 또는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은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보았고, 양형에 관하여는 배심원 다수가 제시한 형량(징역 3년: 5명)과 일치하는 제1심의 형을 존중했습니다.
비록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은 구속력은 없지만 일반 시민들이 피고인 행위의 불법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서 의미를 가진다.
원심 판결 이유에는 제5회 공판준비기일의 증인신문이 적법한지를 따로 판단한 부분이 없습니다. 제1심과 원심의 결론은 같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제1회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의 적법성과 그 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제1회 공판기일 전 수소법원이 공판준비를 이유로 사건의 실체 심리를 위하여 증인신문을 포함한 증거조사를 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이러한 위법한 절차를 거친 증거는 그 증거조사에 관한 조서가 공판기일에 현출되더라도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제1회 공판기일 전 증거조사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이후 공판기일에서 그 증거조사 결과가 기재된 조서를 현출시켜 증거조사를 하는 것에 당사자들이 명시적으로 동의하여 증거조사가 이루어지고 증거조사 후에도 당사자들이 증거조사 결과에 이의가 없다는 의사를 명시하였다면, 제1회 공판기일 전 증거조사절차에서 사건의 실체 심리를 위한 핵심적인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등으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형해화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증거조사에 관한 하자가 치유되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특히 국민참여재판에서 공판기일 전 증거조사가 시행되면 배심원들이 원본 증거를 직접 대면하여 심증을 형성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제1심 증거조사의 위법이 치유되었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과 변호인은 제1회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과 그 증인신문조서를 공판기일에서 증거조사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 피고인과 변호인은 제1심 증거조사 이후뿐 아니라 원심에서도 다시 증거조사 결과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명시적으로 진술했습니다.
-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은 공소외인이 예정된 국민참여재판 기일에 참석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 핵심 증인인 피해자를 비롯한 나머지 증인들에 대하여는 모두 예정대로 공판기일에 증인신문이 진행되었습니다.
- 위 증거조사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형해화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제5회 공판준비기일조서 중 공소외인의 진술 기재 부분을 유죄의 증거로 삼은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 증거조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사기죄 성립과 사실인정에 관한 그 밖의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고,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0412 판결: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3도6825 판결: 위 2009도10412 판결과 함께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에 관한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법원이 법정을 중심으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이 구현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사소송법 제266조의9: 공판준비절차에서 법원이 할 수 있는 행위를 정하면서 증인신문과 같은 증거조사를 규정하지 않은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73조: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등을 정한 조문이지만, 대법원은 이 조문이 있더라도 제1회 공판기일 전 수소법원이 공판준비를 이유로 사건의 실체 심리를 위하여 증인신문을 포함한 증거조사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184조: 제1회 공판기일 전 증거조사가 필요하면 수소법원이 아닌 판사에게 청구하는 증거보전절차가 따로 있다는 근거로 쓰였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18조: 피고인이 제3자 진술이 기재된 서류를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할 수 있다는 점이 하자 치유 판단의 근거로 고려되었습니다.
- 헌법 제27조: 재판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이 공판기일 전 증거조사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대법원은 제1회 공판기일 전 수소법원이 공판준비를 이유로 사건의 실체 심리를 위해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는 형사소송법 제184조의 증거보전절차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 피고인 측이 그 증인신문 진행과 조서 증거조사에 동의하고 이후 이의가 없다고 진술하면, 하자가 치유되어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공판준비기일에서 이의 여부를 진술할 때 이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 판결은 핵심적인 증거조사가 공판기일 전에 이루어지는 등으로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는 사건에서는 동의가 있었더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5도1018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공2026상,803]
- 원심: 부산고등법원 2025. 6. 12. 선고 2024노366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