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사기
수수료 이익만을 얻으려는 반복 ATM 인출에서 정산 담당자에 대한 위계와 기망행위 인정 여부
핵심정리
수수료 이익만을 얻으려고 ATM 인출을 반복해 은행이 VAN 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게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정보처리 결과로 정산 담당자를 착오에 빠뜨렸다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업무방해죄와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 대한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2도1862 판결(업무방해·컴퓨터등사용사기(인정된죄명:사기))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그에 따라 업무방해죄와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위계와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고, 원심 이유를 바로잡은 부분은 없습니다.
하급심
- 의정부지방법원 2022. 1. 18. 선고 2020노2941 판결: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여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업무방해와 사기를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1, 피고인 3에게 각 벌금 4,000,000원, 피고인 2에게 벌금 6,000,000원을 선고했습니다.
-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 11. 11. 선고 2020고정359 판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 1, 피고인 3에게 각 벌금 400만 원, 피고인 2에게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쟁점
피고인들은 은행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시행한 수수료 면제 제도를 이용해 피해자 은행에서 발급받은 체크카드로 예금을 인출했을 뿐이고, ATM 기기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시스템 오류를 이용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사람을 상대로 하지 않고 ATM 기기에 카드와 비밀번호를 넣은 행위가 은행 정산 담당자에 대한 위계(형법 제314조 제1항)와 기망행위(형법 제347조)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원심에서 검사는 공소장을 변경하여 사기죄를 추가했습니다.
사실관계
- 피해자 은행은 2017. 9. 29.경 ATM 기기와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VAN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고, 2018. 1. 1.경부터 고객의 현금 출금 1회당 1,020원, 계좌이체 1회당 850원의 수수료를 VAN 업체에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 다른 시중은행은 이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하지만, 피해자 은행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자기 체크카드 고객의 수수료를 면제하고 대신 VAN 업체에 지급했습니다.
- 피고인들은 안마시술소나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면서 VAN 업체와 자동화기기 이용계약을 맺은 가맹점주이거나 그 동거인으로, 피해자 은행의 회원이었습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가맹점주인 피고인들은 은행거래 1건당 400원의 수수료를 VAN 업체로부터 지급받게 되어 있었습니다.
-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18. 5. 초경부터 6월 중순경까지 수수료 이익만을 취득할 목적으로 피해자 은행 체크카드를 업소 ATM 기기에 넣어 총 8,000여 회에서 10,000여 회 현금을 인출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하루에 적게는 약 50여회, 많게는 약 600여회 가량 1만 원을 반복적으로 인출한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서 피해자 은행이 VAN 업체에 지급한 수수료는 범행별로 10,338,720원, 10,673,280원, 8,246,700원입니다.
- 원심이 인정한 정산 방식은 VAN 업체가 당일 거래내역을 모아 다음날 수수료를 청구하면, 피해자 은행의 입출금 및 수수료 정산 업무 담당자가 ATM 기기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청구 내역과 대조한 뒤 수수료를 입금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의 공소장변경으로 심판대상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한 뒤, 피고인들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을 판단했습니다. 업무방해 부분에서는 수수료 이익만을 취득할 목적으로 하루에 수백회에 걸쳐 한 인출행위가 정산 담당자로 하여금 진정한 예금인출 거래로 오인하게 할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므로, 담당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위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 피해자 은행이 2018. 6.경 비정상 거래를 발견한 뒤 이를 가려내는 추가 작업을 수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정산 업무의 적정성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기 부분에서는 피해자 은행이 피고인들의 인출 목적을 알았더라면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기망행위와 착오, 처분행위를 인정했습니다. 수수료 지급 과정에 사람이 개입했는지에 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의 입출금 및 수수료 정산 업무 담당자의 개입이 전혀 없이 기계적으로 전산에 의해서만 바로 수수료가 지급된 것은 아니다.
제1심과 원심은 모두 유죄로 판단했고 벌금액도 같으나, 원심은 공소장변경으로 추가된 사기죄까지 유죄로 인정하여 업무방해죄와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행위가 그 입력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킬 목적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그 행위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여 위계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재산변동에 관한 사무가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 등에 의하여 기계적·자동적으로 처리되는 경우 등과 같이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비록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행위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사람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로 인한 정보처리의 결과를 통하여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사람을 착오에 빠뜨렸다면, 단지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 등에 의하여 기계적·자동적으로 처리되는 경우와는 달리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위 법리를 적용한 구체적 사정을 따로 적지 않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대법원이 수긍한 원심의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수료는 VAN 업체의 청구를 정산 담당자가 거래내역과 대조·확인한 뒤 입금하는 방식으로 지급되었으므로, 사람의 개입 없이 기계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 은행이 부담할 수수료가 진정한 은행거래로 생긴 것인지는 수수료 부담 여부를 결정할 때 중요한 사항이고, 은행은 피고인들의 목적을 알았더라면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이용계약에 따른 수수료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인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 정산 담당자는 피고인들의 인출이 진정한 은행거래인 것으로 오신하여 VAN 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고, 업무방해죄의 위계와 사기죄의 기망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했고, 업무방해죄와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4178 판결: 정보처리장치에 대한 정보 입력 행위가 업무 담당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위계가 될 수 있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죄의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도14960 판결: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 등에 의하여 기계적·자동적으로 처리되는 경우처럼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없으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314조 제1항: 위계로 업무를 방해한 죄를 정한 조문으로, 반복 인출로 은행의 입출금 및 수수료 정산 업무를 방해한 행위에 적용되었습니다.
- 형법 제347조: 사기죄를 정한 조문으로, 원심은 정산 담당자를 착오에 빠뜨려 VAN 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게 하고 VAN 업체가 그 이익을 취득하게 한 행위에 같은 조 제2항, 제1항을 적용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대법원은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가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업무 담당자의 오인·착각을 일으킬 목적으로 행해졌다면 위계에 해당하고, 정보처리 결과를 통하여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사람을 착오에 빠뜨렸다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사람의 개입 없이 기계적·자동적으로 처리되는 경우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정산 담당자가 거래내역을 확인·대조하는 절차가 있었는지가 판단 사정으로 쓰였습니다.
- 은행이 고객 혜택으로 마련한 수수료 면제 제도를 이용하는 형식이었더라도, 진정한 거래 없이 수수료 이익만을 취득할 목적으로 인출을 반복한 이 사건에서는 업무방해죄와 사기죄가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2도1862 판결 [업무방해·컴퓨터등사용사기(인정된죄명:사기)] [공2026상,722]
- 원심: 의정부지방법원 2022. 1. 18. 선고 2020노2941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