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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리포트

형사 · 횡령/배임

채무가 있던 형이 동생 명의 계좌에 맡긴 횟집 매출금을 동생이 써버려도 횡령죄가 될 수 있을까요?

김진오 대표변호사 · 김호윤 변호사 · 박정철 변호사 · 유태선 변호사2026. 10. 12.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도13722 판결

핵심정리

형이 동생 명의 계좌에 횟집 매출금을 맡기고 동생은 임의로 쓰지 않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위탁을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며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도13722 판결(횡령)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피고인에게 횡령죄가 성립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광주지방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급심

쟁점

피해자는 피고인 명의로 횟집 사업자등록을 하고 피고인 명의 계좌에 매출금을 보관했는데, 피고인이 그 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해자가 과거 사업체 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동생 명의 계좌를 이용한 사정이 있어, 그 위탁관계를 강제집행면탈의 수단으로 보아 횡령죄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관련 조문은 형법 제355조 제1항(횡령)과 제327조(강제집행면탈)입니다.

사실관계

  • 피고인과 피해자는 동거하지 않는 형제입니다. 피해자는 2010년경 운영하던 소규모 건설업체가 원청업체의 부도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폐업했습니다.
  • 피해자는 2017년경 피고인의 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횟집을 운영하다가, 2018년경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피고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변경하고 피고인 명의 신협 계좌를 개설해 사업용 계좌로 이용했습니다.
  • 두 사람은 횟집 매출금 등을 이 계좌에 보관하되 피고인이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약정했습니다. 피해자는 2018년경부터 2023. 5.경까지 이 계좌로 매출금을 입금하고 경비를 인출했으며, 그동안 피고인은 계좌의 돈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3. 5. 4.경 계좌비밀번호를 변경하고, 2023. 5. 4.경부터 2023. 5. 15.경까지 총 38회에 걸쳐 합계 55,072,710원을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제1심법정에서, 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자기 명의로 사업자등록이나 금융거래를 하지 못했고 거래업체 등이 통장을 압류하거나 변제를 요구한 상황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원청업체가 그 업체들에 직접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 피고인 명의로 횟집을 운영하고 계좌를 이용한 일과 관련하여 피해자나 피고인이 강제집행면탈죄 등 범죄 혐의로 조사받거나 기소된 사실은 없습니다.
피해자피고인피고인 명의 계좌에횟집 매출금 보관 위탁계좌비밀번호 변경 후38회 사용(공소사실)
그림. 사건 관계(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1. 2010년경피해자가 운영하던 건설업체 폐업
  2. 2018년경피해자가 피고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횟집 사업용으로 이용
  3. 2023. 5. 4.경피고인이 계좌비밀번호를 변경하고 2023. 5. 15.경까지 38회 사용(공소사실)
  4. 제1심무죄
  5. 원심검사 항소 기각
  6. 대법원원심판결 파기, 광주지방법원에 환송
그림. 사건 경과(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의 돈을 피고인 명의 계좌에 보관하되 피고인이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위탁관계의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 피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위탁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고 보고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인용문의 「공소외인」은 피해자입니다).

만약 이러한 추정대로라면 피고인과 공소외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횡령죄로 처벌함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하고 피고인과 공소외인의 위탁관계가 보호가치 있는 신임관계임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원심은 제1심의 무죄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차명계좌에 돈을 맡긴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인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위탁자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설된 예금계좌(이른바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면서 그 차명계좌에 돈을 보관하되 계좌 명의인인 수탁자는 이를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경우, 단지 위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약정에 따른 재물 위탁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차명계좌에 보관된 돈의 위탁행위가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관계, 차명계좌의 개설 시기와 목적, 위탁자가 차명계좌를 사용하게 된 경위와 기간, 위탁자가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상태였는지를 비롯한 차명계좌 이용 당시의 객관적 상황, 예금거래의 구체적 실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 등을 들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 위탁 당시 피해자가 부담하던 채무의 규모와 내용, 강제집행의 기초가 되는 구체적 채권의 존재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기록상 없습니다. 채권자가 이행청구의 소나 가압류·가처분신청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태세를 보였다고 평가할 만한 사정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었는지는 채권자의 강제집행 의사를 드러내는 사정들을 포함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데, 제1심과 원심은 이에 관하여 별다른 심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제1심과 원심이 피해자의 단편적인 진술 등에만 주목하여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에 해당한다고 속단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 피해자는 신용불량자가 된 때로부터 약 8년이 지난 후 횟집 사업용 계좌가 필요하게 되자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대법원은 생계 등을 유지하기 위해 동생 명의로 경제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계좌를 이용하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을 가지고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타인 명의 금융거래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약정의 사법상 효력이 부인되지는 않습니다.
  • 두 사람은 약 5년 동안 위탁관계를 유지했고, 공소사실 기재 행위 전까지 계좌에 보관된 돈의 소유권 등을 두고 별다른 분쟁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탁관계의 보호가치를 부정하여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횡령죄에서 「보호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죄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위 판결과 함께 같은 위탁관계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49091 판결: 피해자가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을 가지고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타인 명의 금융거래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약정의 사법상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는 판단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355조 제1항: 횡령죄를 정한 조문으로, 「보관」이 위탁관계에 따른 점유를 뜻하므로 보호할 만한 위탁관계가 있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 형법 제327조: 강제집행면탈죄를 정한 조문으로, 원심은 위탁행위가 이 죄의 실행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을 들어 위탁관계의 보호가치를 부정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다른 사람 명의 계좌에 돈을 맡긴 사람이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위탁행위를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등으로 볼 수 없습니다. 위탁자와 수탁자의 관계, 계좌 개설 시기와 목적,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었는지는 당사자의 주관적인 처지나 진술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당시 채무의 내용, 채권자가 소송이나 가압류·가처분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태세를 보였는지 같은 객관적 사정이 함께 검토됩니다.
  • 이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이므로 이 사건 피고인의 유무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록상 피해자가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금융거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정을 바탕으로 판단했으므로, 그러한 목적이 드러나는 사안에서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사건 표시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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