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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리포트

민사 · 건설/하자

분양이 실패해 공사대금을 받기 어려워진 시공사는 공사를 멈출 수 있을까요?

김진오 대표변호사 · 김호윤 변호사 · 박정철 변호사 · 유태선 변호사2026. 10. 12.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2468, 202469 판결

핵심정리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공사대금을 받기로 한 시공사가 분양 실패 뒤 공사를 멈춘 사안에서, 대법원은 대금 지급이 현저히 불투명해져 공사 계속이 공평에 반하면 도급인에게 신용불안이 없어도 계속공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보고 원심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며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2468, 202469 판결(공사대금등청구의소·건물철거등청구)

대법원은 피고(반소원고)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원심판결은 원고의 공사 중단이 불안의 항변권에 따른 것이어서 원고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의 기성공사대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았는데, 이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제1 상고이유부터 제6 상고이유까지 모두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급심

  • 서울고등법원 2026. 2. 5. 선고 2024나2046478, 2046485 판결: 피고(반소원고)의 본소 및 반소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고, 원고가 항소심에서 확장한 청구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4,527,897,380원 및 그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9. 10. 선고 2020가합571614(본소), 2022가합521507(반소) 판결: 원고의 본소 청구 가운데 공사대금은 원금 61,072,072,215원 부분을 인용하고 나머지를 기각했으며, 구상금 청구와 대여금 청구는 전부 인용하고, 피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쟁점

시공사인 원고가 분양수입금으로 공사대금을 받기로 한 콘도 공사를 분양 실패 뒤 중단했는데, 그 중단이 원고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민법 제536조 제2항의 불안의 항변권이 도급인에게 신용불안이 없는 경우에도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하면 공사대금채권의 이행기가 공사 중단 시점으로 바뀌어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도 다투어졌고, 이 쟁점에는 민법 제387조가 함께 참조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원고(수급인, 시공사)와 피고(도급인, 시행사)는 콘도 신축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습니다. 공사대금은 분양수입금을 재원으로 하여 최초 분양계약서상의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따라 순차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국내 부동산 경기 악화 속에서 2008. 9.부터 사전청약이 실시되었습니다. 청약률은 약 9.33%에 그쳤고, 수금된 사전청약대금은 전체 공사대금의 0.71%에 그쳤습니다.
  • 피고는 청약자들로부터 사전청약금을 지급받고도 본계약 전환을 통보하는 등 분양계약 체결로 나아가지 않았고, 청약자들에게 사전청약금을 반환하기도 했습니다.
  • 원고는 2008. 12.경 공정률 33.56%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공사휴지 및 공사기간 연장 요청을 받아들여 관할 관청에 ‘경제여건 및 분양시장의 악화’를 이유로 공사휴지 신청을 했습니다.
  • 원고와 피고는 2015년경부터 2019년경 사이에 사업 재개 방안을 추진했으나 모두 결렬되었습니다.
  • 원고는 피고의 후순위 근저당권 설정을 해제사유로 들어 2020. 8. 28. 도급계약을 해제하고 기성공사대금, 구상금, 대여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반소로 기성부분 철거와 지체상금 등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원고청약자처분청콘도 신축 공사 도급공정률 33.56%에서공사 중단사전청약금 수령 후 반환공사휴지 신청
그림. 사건 관계(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1. 2008. 9.콘도 사전청약 실시, 청약률 약 9.33%
  2. 2008. 12.경공정률 33.56%에서 원고가 공사 중단
  3. 2015년경~2019년경사업 재개 방안 추진, 모두 결렬
  4. 2020. 8. 28.원고가 도급계약 해제
  5. 2026. 2. 5.원심, 공사 중단은 불안의 항변권에 따른 것으로 보고 피고의 항소 기각
  6. 2026. 7. 16.대법원 상고기각
그림. 사건 경과(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원심의 판단

원심은 먼저 도급계약의 문언과 체결 경위 등을 들어, 원고가 분양현황이나 기성공사금 지급과 관계없이 공사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하기로 하는 책임준공의무를 피고에 대하여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사전청약 실패와 피고의 공사휴지 신청 등의 사정을 들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더라도 피고로부터 이 사건 도급계약상 반대급부인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을지 모르는 현저한 사유가 발생하여 불가피하게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고,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를 계속 수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한 것은 불안의 항변권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사건 공사 중단이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으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은 공사대금 지급시기 약정을 불확정기한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도급계약이 해제된 2020. 8. 28. 무렵 최초 분양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무렵 변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하고, 2008. 12. 말경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심은 제1심판결과 결론이 같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불안의 항변권이 인정되는 경우와 그 행사가 상대방 채무의 이행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특히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공사를 수행하는 도급계약에서 일정 기간마다 기성공사금 등의 명목으로 그 대가를 나누어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는 경우, 그와 같은 공사대금의 지급은 수급인의 장래 원만한 이행을 보장하는 전제로서 기능하므로, 계약 성립 후 발생한 제반 사정으로 인하여 수급인이 공사를 계속 진행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공사대금의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지급받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어 수급인에게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게 되었다면, 비록 도급인에게 신용불안 등의 사정이 없다고 하여도 수급인은 민법 제536조 제2항에 의하여 계속공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민법 제536조 제2항에 따른 불안의 항변권은 선이행의무를 지는 당사자에게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데 그치고, 그 권능의 행사가 당초에 약정된 변제기를 변경시키거나 변제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 그 성질을 변경시키는 효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 참조). 따라서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상대방이 그 당사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이행기가 이행거절 시로 변경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 그에 앞서 불안의 항변권을 발생시키는 사유를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처럼 채권자 측에 생긴 객관적·일반적 사정으로만 제한하여 해석할 이유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 이행거절 권능을 가지는 경우에는 이행거절 의사를 구체적으로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그 권능의 존재 자체로 이행지체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심이 든 다음 사정을 정리한 뒤, 원고의 공사 중단이 이행거절 권능에 따른 것일 뿐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 금융위기와 국내 부동산 경기 악화 속에서 사전청약률이 약 9.33%에 그쳤고, 피고도 분양계약 체결로 나아가지 않는 등 사전청약이 실패했습니다.
  • 원고가 공사 중단 전까지 투입한 공사비 등을 고려하면 분양 실패 외에 공사를 중단할 만한 다른 사정은 없어 보이고, 피고도 공사휴지 신청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 공사 중단을 받아들였습니다.
  • 공사대금은 분양수입금을 재원으로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으므로, 원고가 공사를 완료하더라도 공사대금을 지급받을지 여부가 현저히 불투명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피고가 주장한 담보의 실질적 가치를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 2015년경부터 2019년경 사이의 사업 재개 방안이 모두 결렬된 점 등에 비추어, 불안의 항변권의 기초가 되는 사정은 공사 중단 후에도 지속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에 관하여도 대법원은, 원고가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공사의무의 이행을 거절하였더라도 피고의 공사대금 채무 이행기가 이행거절 시점으로 바뀌지 않으므로 2008. 12. 말경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책임준공의무, 해제권의 발생과 실효, 해제의 소급효, 구상금·대여금 청구와 신의칙에 관한 그 밖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 이행거절 권능이 있으면 그 존재 자체로 이행지체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리와, 불안의 항변권 행사가 당초 약정된 변제기를 변경시키지 않는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3025 판결: 대가적 채무 사이에 이행거절 권능을 가지면 이행거절 의사를 구체적으로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이행지체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536조 제2항: 선이행의무를 지는 원고가 공사대금 지급이 현저히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계속공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민법 제387조: 이행거절 권능이 있을 때 이행지체책임이 생기는지와, 불안의 항변권 행사로 상대방 채무의 이행기가 바뀌는지를 판단할 때 함께 참조되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분양수입금처럼 사업 수입을 재원으로 공사대금을 나누어 받기로 한 공사에서는, 도급인에게 신용불안이 없더라도 공사대금의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받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어 계속 공사를 요구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면 수급인이 계속공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해당 여부는 분양 실적, 도급인의 대응, 담보의 실질적 가치 등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었습니다.
  • 이 사건 원심은 도급계약서에 책임준공의무가 적혀 있어도 그 구체적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 금융기관과의 약정상 책임준공의무가 대주에 대한 관계로 한정된 점 등을 들어 시공사가 시행사에 대하여 분양현황과 관계없는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지 않았고, 대법원은 이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책임준공의무의 상대방과 내용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해 공사를 멈추었다는 사정만으로 공사대금채권의 이행기가 공사 중단 시점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공사대금의 변제기는 도급계약에서 정한 지급시기에 따라 최초 분양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무렵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사건 표시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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