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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리포트

형사 · 음주운전

음주운전 사고 후 동승자의 운전자 행세를 도운 운전자의 범인도피방조죄 성립 여부

김진오 대표변호사 · 김호윤 변호사 · 박정철 변호사 · 유태선 변호사2026. 10. 12.대법원 2026. 6. 18. 선고 2025도11170 전원합의체 판결

핵심정리

음주운전 사고 뒤 동승한 친구의 운전자 행세 제안에 응해 자리를 바꾸고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자라고 말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방어권 남용으로서 범인도피방조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며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6. 6. 18. 선고 2025도11170 전원합의체 판결(범인도피방조·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고, 범인도피방조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을 유죄로 본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범인을 위해 타인이 허위로 자백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는 것을 범인 스스로 방조하는 경우 방어권 남용으로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한다는 종전 판례 법리를 유지하고,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하급심

쟁점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도피하게 한 자를 처벌하지만,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이 조항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음주운전을 한 범인이 친구의 허위 운전자 행세를 도운 행위를 형법 제32조의 방조로 보아 처벌할 수 있는지, 그 전제로 범인 스스로 방조하는 경우에도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7647 판결 등의 법리를 유지할 것인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피고인은 2023. 5. 15. 22:45경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전방에서 신호 대기 중인 승용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조수석에는 피고인의 친구가 타고 있었습니다.
  • 사고 직후 친구가 피고인의 음주운전 사실 적발 등을 염려하여 피고인에게 먼저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하겠다.」라고 제안했습니다.
  • 피고인은 이에 응하여 친구와 차 안에서 자리를 이동한 다음, 친구는 운전석 문으로, 피고인은 조수석 뒷문으로 내려 친구가 운전한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었습니다.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보험회사에 전화하여 친구가 운전하였다고 말한 사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주변 행인의 신고로 경찰관이 출동하자, 피고인은 자신이 운전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친구로 하여금 그 자신이 운전자라고 말하면서 음주감지기에 의한 음주측정에 응하도록 했습니다.
  • 피고인이 실제 운전자라는 사실은 경찰관이 지구대로 복귀한 후, 사고 경위 등을 이상하게 여긴 보험회사 직원이 피고인과 친구를 추궁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 드러났습니다.
피고인상대 차량 운전자동승자경찰관음주운전 중 신호대기 차량 추돌운전자 행세 제안,응해 자리 바꿈운전자라며 음주감지기측정에 응함
그림. 사건 관계(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1. 2023. 5. 15. 2245경: 음주운전 중 신호 대기 차량을 들이받음
  2. 사고 직후친구의 제안에 응해 차 안에서 자리를 바꿈
  3. 경찰 출동 후친구가 운전자라며 음주감지기 측정에 응함
  4. 2024. 3. 21. 제1심유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5. 2025. 6. 24. 원심피고인의 항소 기각
  6. 2026. 6. 18. 대법원전원합의체에서 상고 기각
그림. 사건 경과(판결에 적힌 사실을 정리)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제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는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들었고, 원심 판결에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범죄전력이 없고 사고의 정도가 중하지 않으며 상대방 차량 운전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서도, 피고인이 사고 당시 교통단속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제1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변호인의 감경 주장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범행은 사고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지구대로 복귀한 이후 사고 부위 및 경위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회사 직원의 추궁과 신고로 발각되었는데, 이러한 경위를 고려할 때, 변호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범인도피죄의 감경요소인 ‘형사사법작용에 대한 방해의 정도가 크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판결은 원심이 범인도피방조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범인이 자신을 위한 타인의 범인도피 범행을 방조한 경우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하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어느 경우이든 범인의 교사·방조행위가 스스로의 통상적인 도피행위 범주를 벗어나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때에는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여 범인도피교사·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고, 그것이 방어권 남용 법리의 본질이다.
범인 자신이 진범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타인을 허위 범인으로 내세우는 행위는, 그 가담 형태가 교사와 방조 중 어느 것에 해당하더라도 진범의 체포와 발견을 방해하여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방어권 남용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 동일한 범주에 속한다.

대법원은 범인이 자신 대신 형사처벌을 받을 허위 범인을 수사기관에 내세우는 행위(「범인 조작형 도피행위」)는 수사 방향 자체를 왜곡하여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비교하여 도피에 필요한 물자·자금·장소 등을 타인으로부터 제공받아 스스로 도피하는 통상적인 도피행위는 그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보았습니다. 또 교사와 방조를 구분하여 방조에만 이 법리를 배제하면, 범인이 실제로는 허위 자백을 교사하고도 방조로 가장하여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방조행위가 방어권 남용으로서 범인도피방조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사고 직후 친구가 먼저 운전자 행세를 제안하자 피고인이 이에 응하여 자리를 이동하고, 각각 운전석 문과 조수석 뒷문으로 내려 친구가 운전한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든 점
  • 경찰관이 출동하자 피고인은 자신이 운전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친구로 하여금 운전자라고 말하며 음주측정에 응하도록 한 점
  • 피고인이 실제 운전자라는 사실은 경찰관이 지구대로 복귀한 후 보험회사 직원의 추궁과 신고로 드러난 점
  • 위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친구가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자라고 허위로 진술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였고, 그로 인해 진범의 발견을 방해하여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였다는 점

대법원은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범인도피방조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범인도피방조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피고인에게 선고된 형에 비추어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서경환, 대법관 권영준, 대법관 박영재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대의견은 범인이 타인의 범인도피 범행에 편승하여 돕는 것은 자기도피행위의 연장선에 있는 행위이므로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할 수 없고 현재의 판례 법리는 변경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20 판결: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 자백을 하게 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도록 하는 행위는 방어권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는 방어권 남용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7647 판결: 방어권 남용 법리가 범인을 위해 타인이 허위로 자백하는 것을 범인 스스로 방조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도12079 판결: 이동 요구나 대포폰 부탁처럼 통상적 도피의 한 유형으로 볼 행위는 처벌되지 않을 수 있으나, 허위 자백을 하게 하는 등 방어권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도4533 판결: 범인도피죄는 행위 방법에 제한이 없고 형사사법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현실적으로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 않는 위험범이라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151조 제1항: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도피하게 한 자를 처벌하는 범인도피죄 조문으로,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이 조항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 형법 제32조: 방조범 조문으로, 피고인의 행위는 친구의 범인도피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기소되었습니다.
  • 형법 제31조: 교사범 조문으로, 대법원은 범인의 가담 형태가 교사인지 방조인지에 따라 처벌 여부를 달리할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 제2호: 피고인이 범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와 관련된 조문으로, 대법원은 이 죄를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보았습니다.

실무상 의미

  • 동승자 등 다른 사람이 먼저 운전자 행세를 제안했더라도, 범인이 이에 응해 자리를 바꾸는 등으로 허위 진술을 용이하게 하면 범인 자신도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 대법원은 처벌 여부를 행위의 양태와 내용, 범인과 그 타인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 형사사법 작용에 영향을 미칠 위험성의 정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정한다고 보았습니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로 처벌 여부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 대법원은 범인 아닌 사람이 수사기관에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하여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한 행위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는 법리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사건 표시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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