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임대차/명도
법인이 임차한 아파트를 판 임대인은 매수인이 보증금을 떠안기로 약정하면 보증금 반환 의무에서 벗어날까요?
핵심정리
임대인이 법인에 임대한 아파트를 팔면서 매수인이 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기로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법인 임차인이 면책적 채무인수를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해당 판결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15542 판결(보험금)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원심은 법인 임차인이 매수인의 면책적 채무인수를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 판단에 묵시적 승낙의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종전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채무를 지는지와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하급심
- 광주고등법원 2024. 1. 17. 선고 2023나23134 판결: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광주지방법원 2023. 6. 1. 선고 2021가합61258 판결: 원심 판결 원문에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이 있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인용 범위는 원심 판결 원문으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쟁점
임대인이 법인에 임대한 아파트를 팔면서,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와 의무를 인수하고 보증금 상당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종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가 소멸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법인 임차인에게는 임차주택 양수인의 임대인 지위 승계를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으므로, 매수인의 면책적 채무인수를 임차인이 묵시적으로 승낙했는지(민법 제454조)가 다투어졌습니다. 이 문제는 종전 임대인의 채무 불이행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증보험금 지급 여부와 직결되었습니다.
사실관계
- 원고(법인 임차인)는 피고보조참가인(종전 임대인) 소유 아파트를 임차했고, 임대차계약은 2019. 6.경 최종 갱신되었습니다. 임대차보증금은 250,000,000원, 임대차기간은 2021. 7. 1.까지였습니다.
- 원고는 2019. 6. 28.경 피고(보험회사)와, 임대인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보상받는 전세금보장신용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종전 임대인은 2020. 12. 11. 매수인에게 아파트를 295,000,000원에 매도하고 같은 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습니다. 매수인은 보증금 상당액 250,000,000원을 제외한 45,000,000원만 지급하기로 했고, 특약사항에 「임차인-원고와 현 임대차계약을 승계하여 임대인의 지위와 의무를 인수인계하기로 한다.」는 조항(이하 인수조항)이 기재되었습니다.
- 매수인은 매매계약일 직후인 2020. 12. 15. 아파트에 관하여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 286,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습니다.
- 원고는 2021. 2. 23.경 매매계약서 사진을 받아본 뒤 같은 날 보험회사에 소유자 변경을 알렸고, 2021. 4. 27.경 매수인과 종전 임대인 모두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냈습니다.
- 원고는 2021. 7. 1. 임대차가 종료되었지만 보증금 250,000,000원을 반환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구했습니다.
- 2020. 12. 11.종전 임대인이 매수인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
- 2020. 12. 15.매수인이 채권최고액 286,000,000원 근저당권설정등기
- 2021. 4. 27.경임차인이 매수인과 종전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 요구
- 2021. 7. 1.임대차 종료,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고 주장
- 2024. 1. 17.원심, 원고 청구 기각
- 2024. 6. 13.대법원, 원심판결 파기, 광주고등법원에 환송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 사택 담당자가 매매계약 직전 중개인에게 임대차계약서 사진을 보내 준 일, 매매 후 매수인을 임대인으로 전제해 보험회사에 임대인 변경을 요청한 일, 2021. 4. 27. 매수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한 일 등을 들어 원고가 면책적 채무인수를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2015년 종전 임대인이 이전 소유자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할 때에도 원고가 같은 구조의 승계를 묵시적으로 승낙했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고, 인수조항은 원고의 승낙 여부에 따라 면책적 채무인수나 이행인수가 될 뿐 중첩적 채무인수가 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종전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채무가 없으므로 보험회사도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단순히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승계에 관한 통지를 받고 소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에 걸쳐 일관된 언동을 통하여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승계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인정하여 왔다고 보아야 한다.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 부분이 있었으나, 원심은 그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법인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채권과 면책적 채무인수의 승낙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한다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도 주택 임차인이 법인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인이 법인을 임차인으로 하는 주택을 양도한 경우에는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양수인이 면책적으로 인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의 법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위 주택 양도에도 불구하고 소멸하지 아니한다.
부동산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부동산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는 약정이 있었더라도 그에 기한 면책적 채무인수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채권자인 임차인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민법 제454조 참조). 이때 임차인의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 의사표시로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임차인이 채무자인 임대인을 면책시키는 것은 그의 채권을 처분하는 행위이므로, 임대보증금 반환채권의 회수 가능성 등이 의문시되는 상황이라면 임차인의 어떠한 행위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대한 묵시적 승낙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 등을 들어 원고가 면책적 채무인수를 묵시적으로 승낙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인수조항에는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와 의무를 인수한다는 취지는 포함되어 있으나, 종전 임대인이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도 채무를 면한다는 취지는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병존적 채무인수 또는 이행인수에 관한 약정이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 원고는 원칙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법인이고 전세권 등 담보 수단도 제공받지 못했는데, 매수인의 자력을 조사하거나 확인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원고는 2021. 2. 23.경 매매계약서 사진을 받아보기 전까지 매수인이 누구인지도 정확히 몰랐던 것으로 보이고, 종전 임대인 측이 승낙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 보증보험계약의 임대인을 매수인으로 바꾸려면 보험회사의 승인이 필요했고 승인 보장도 없었으며, 매수인이 2020. 12. 15. 마쳐 준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승인 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었습니다.
- 원고가 매수인을 「임대인」이라고 호칭하고 매수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한 것은 누구를 상대로라도 보증금을 회수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일 수는 있어도 승낙의 의사표시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원고가 2021. 4. 27.경 종전 임대인에게도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보낸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 2015년 과거에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낙한 사실만으로 그로부터 5년이 지나 다른 당사자 사이에 이루어진 매매계약에 관하여도 승낙하였다는 결론에 곧바로 이를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인수조항을 면책적 채무인수나 이행인수 중 하나로만 본 원심과 달리 병존적 채무인수로 볼 여지도 있다고 보았고,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승낙이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묵시적 승낙의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종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 존부와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의무를 환송 후 원심이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였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다2918 판결: 법인 임차인에게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주택 양도에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84370 판결: 면책적 채무인수에는 임차인의 승낙이 필요하고 회수 가능성이 의문시되면 묵시적 승낙을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와, 매수인의 보증금 반환채무 인수가 이행인수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36228 판결: 채무인수가 면책적 인수인지 병존적 인수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법인 임차인은 제1항의 주민등록을 마칠 수 없어, 임차주택 양수인의 임대인 지위 승계를 정한 제4항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민법 제454조: 매수인의 면책적 채무인수가 효력을 가지려면 채권자인 임차인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민법 제455조: 채무자나 인수인은 임차인에게 승낙 여부를 최고할 수 있고 상당한 기간 내 확답이 없으면 거절한 것으로 본다는 조문으로, 원심이 승낙에 관한 법리를 설명하면서 들었습니다.
실무상 의미
- 법인이 임차한 주택이 매도되더라도 매수인이 면책적으로 인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매매계약서에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와 의무를 인수한다는 조항을 두고 보증금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면책적 채무인수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대법원은 매수인의 자력을 조사했는지, 승낙을 명시적으로 요구받았는지, 새 임대차계약서 작성 등 승낙을 받으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근저당권 설정 등으로 회수 가능성이 떨어졌는지를 승낙 여부의 고려 요소로 보았습니다. 매도인 쪽에서 면책을 원한다면 이러한 절차가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 회수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임차인이 매수인을 임대인이라고 부르거나 매수인에게 반환을 요구한 행동은 승낙으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은 보험금 지급 여부가 종전 임대인의 채무 존속 여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 표시
-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15542 판결 [보험금] [공2024하,1091]
- 원심: 광주고등법원 2024. 1. 17. 선고 2023나23134 판결
- 판결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은 판결을 소개하는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판결과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은 판결문을 따로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